“(라)건아 부활에 있어 나의 지분은 88%.”
부산 KCC는 지난 19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와의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02-90으로 승리하며 챔피언결정전까지 단 한 걸음만 남겨뒀다.
2020-21시즌 이후 3년 만에 바라보는 챔피언결정전, 그리고 2010-11시즌 이후 13년 만에 도전하는 KBL 정상이다.
라건아의 부활, 최준용은 자신의 지분이 88%라고 자신했다. 사진=KBL 제공올 시즌 개막 이전부터 허웅, 최준용, 이승현, 송교창이라는 국가대표 라인업으로 ‘슈퍼팀’이라는 평가를 받은 KCC. 정규리그는 5위로 마치며 크게 아쉬웠으나 플레이오프 들어 그들의 퍼포먼스와 파괴력은 기대 이상이다.
그 중심에는 라건아의 부활이 있다. KBL 최고의 외국선수에서 이제는 서서히 하락세를 보였던 그다. 그러나 6라운드부터 반등하더니 플레이오프에선 과거 KBL을 지배했던 ‘리카르도 라틀리프’로 돌아왔다.
라건아는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6경기 출전, 평균 30분 1초 동안 24.3점 12.5리바운드 1.2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자밀 워니, 디드릭 로슨이라는 최고의 외국선수들과 정면 승부하며 앞서고 있다.
현장에서도 라건아의 부활, 그리고 코트 위에서 보여주고 있는 승리에 대한 의지는 호평 일색이다. 어쩌면 KBL에서 뛰는 마지막 시즌이 될 수 있는 그이기에 동기부여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오히려 전보다 더 뜨거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라건아의 부활을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최준용의 지분이 적지 않다. 국가대표 시절부터 라건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친했던 그는 KCC 이적 후 한솥밥을 먹게 되며 더욱 가까워졌다. 그리고 “내가 KCC에 오게 된 또 다른 계기는 라건아다. 과거 모두가 무서워했던 라틀리프로 만들기 위해서 왔다”고 한 입단 기자회견에서의 약속을 지켰다.
사실 최준용은 SK 시절에도 외국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먼 타지에서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그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함께 이겨낸 바 있다. 특히 ‘절친’ 워니와의 스토리는 유명하다. 그는 대한민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 그리고 개인적인 일로 인해 고통스러워했던 워니의 곁에 항상 같이 있었다. 코트 위는 물론 식사, 게임 등 모든 부분에 있어 함께 어울렸다.
당시 최준용도 잦은 부상으로 힘든 시기였으나 자신보다 워니를 더 챙겼다. 최준용의 마음을 잘 알았던 워니는 2020-21시즌의 부진을 극복, 야간 훈련까지 소화하며 2021-22시즌 최고의 외국선수로 다시 올라선 바 있다.
라건아와 최준용이 있기에 KCC는 13년 만에 KBL 정상을 바라볼 수 있다. 사진=KBL 제공라건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분명 그의 기량은 전성기 시절에 비해 분명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최준용이 있기에 오히려 강점만 드러나고 있다. 최준용의 패스는 정확하고 빠르며 날카롭다. 그리고 라건아는 좋은 타이밍에 오는 패스를 완벽하게 마무리, 최고의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두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플레이다.
최준용은 라건아에 대해 “건아 부활에 있어 내 지분은 88% 정도 되지 않을까(웃음). 일단 생활이 재밌다. 건아도 외롭지 않을 것이다. 보통 외국선수들은 코트 안보다 밖의 일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홍콩에서 외국선수로 뛰는데 아무도 놀아주지 않고 대화도 안 하면 운동을 못 할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건아 부활에 내 지분이 크지 않을까 싶다”고 바라봤다.
여기에 하나의 이유를 추가한 최준용이다. 그는 “(전창진)감독님과 건아의 관계가 달라진 것도 부활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지난 시즌에 대해 들어보니 마치 이혼한 사람들처럼 대화해도 잘 안 통하고 삐지고 그랬다더라. 지금은 거의 친구다. 감독님은 오히려 나한테만 뭐라고 한다”며 “감독님과 건아의 관계가 좋아질 수 있게 옆에서 분위기도 만들고 노력도 했다. 열심히 했다. 물론 그렇게 해도 결국 본인들이 달라져야 한다. 그럼에도 나의 지분은 조금 있지 않을까?”라고 말한 뒤 웃음 지었다.
이처럼 부활한 라건아, 그리고 최준용의 도움이 있기에 KCC는 KBL 정상으로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아직 ‘DB산성’이 앞을 막고 있고 챔피언결정전이 있으나 라건아와 최준용의 브로맨스라면 13년 만에 우승은 결코 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