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력 조정 차원에서 열흘간 1군 엔트리에서 빠지는 문동주는 몇 가지 점검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한화이글스
▲ 리그 최고 강속구 투수인 문동주는 시즌 초반 발견된 데이터상의 몇 가지 주안점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 ⓒ한화이글스
[스포티비뉴스=대전, 김태우 기자] 한화는 29일 팀의 차세대 에이스인 문동주(21)를 2군으로 내려 보냈다. 어디가 아파서 그런 건 아니었다. 경기력 저하였다. 최근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았다. 안 좋을 때 계속 쓰는 것보다는, 한 번 점검을 하고 넘어가는 게 낫다 여겼다.
2군에 내려가도 할 말은 없는 결과였다. 문동주는 시즌 첫 6경기에서 26⅔이닝을 던지며 1승2패 평균자책점 8.78에 그쳤다. 운이 없다고 핑계를 대기도 뭣했다. 피안타율이 무려 0.380에 이르렀다.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2.21까지 치솟았다. 이닝당 평균 두 명 이상의 주자를 깔고 경기를 하다 보니 성적이 좋을 수 없었다. 경기력뿐만 아니라 데이터에서도 이상 징후가 드러나고 있었다. 일단 차분하게 문제점을 되짚고 경기력을 조정하자는 한화의 선택은 일리가 있었다.
문동주는 KBO리그 최고의 구속을 자랑하는 선발 투수다. 지난해에는 비공인이기는 하지만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시속 160㎞의 벽을 돌파했다. 평균 150㎞ 이상의 공을 던지는 국내 유일의 선발 투수이기도 하다. 한화도 이 재능에 공을 많이 들였다. 2022년은 1군 등판보다는 몸을 만들고 차근차근 경험을 쌓게 했다. 지난해에는 이닝 제한도 걸며 어깨와 팔꿈치 보호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문동주는 지난해 23경기에서 118⅔이닝을 던지며 8승8패 평균자책점 3.72로 한 단계 성장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표팀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하며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올해는 그런 족쇄들이 상당 부분 풀린 채 풀타임 시즌을 향해 달려갈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그런 시즌의 시작을 망쳤으니 찜찜한 출발일 수밖에 없다.
문동주의 시즌 초반 데이터에서는 두 가지 특징이 발견되고 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문동주의 올 시즌 최고 구속은 시속 158.8㎞로 여전히 빠르다. 최고 구속만 놓고 보면 156㎞ 이상을 기록하는 경기가 상당수였다. 문동주가 아프지 않다는 증거다. 아픈 어깨와 팔꿈치로 이 구속을 기록할 수는 없다. 그러나 평균 구속은 지난해에 비해 1㎞ 이상 줄어들었다. 지난해 수준의 패스트볼 구속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초반에 몸이 덜 풀렸던 셈이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30일 대전 SSG전에 앞서 문동주의 시즌 준비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다소 늦게 시작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최 감독은 "몸을 개막에 맞춰 만드는 과정도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했는데 개막은 (예년에 비해) 당겨졌다. 팀 코리아에 가면서 빌드업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는 조금 부족했다. 그런 것들도 영향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감쌌다.
두 번째 데이터는 회전수의 감소다. 문동주는 굉장히 빠른 패스트볼을 던지기는 하지만, 회전 수 자체가 리그에서 손꼽을 정도로 많은 건 아니다. 지난해 포심패스트볼의 분당 회전 수(RPM)는 약 2300회 수준. 강력한 수직적 움직임보다는 이론적으로는 오히려 낮게 던지면 던질수록 땅볼을 많이 유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이 회전 수도 작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RPM 자체가 꽤 유의미한 차이로 감소했다.
▲ 한화가 올해 원하는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정상화된 문동주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화이글스
최 감독도 "수치적으로는 지난해 대비 같은 스피드라도 RPM이 조금 줄어든 게 있다. 구속 차이는 얼마 안 나는데 (그런 게) 조금 차이가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문동주의 직전 등판인 4월 28일 대전 두산전에서는 포심 RPM이 들쭉날쭉했다. 정상적인 RPM을 보이다가도 갑자기 RPM이 뚝 떨어지고 회전축이 정상 범주에서 틀어지는 장면이 몇 차례 드러났다. 몸이 아프다기보다는 컨디션과 밸런스가 정상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구가 안 되다보니 제 아무리 빠른 공을 던져도 맞아 나갔다는 게 한화의 진단이다. 구위가 100%가 아닌데 가운데 몰렸다. 최 감독은 "생각한 대로 공이 몇 개 안 갔을 때 그 이후에 공들이 중앙으로 많이 몰렸다"고 진단했다. 구속과 별개로 구위가 떨어진 상황에서 가운데 몰리면 아무리 좋은 투수라고 해도 맞을 수밖에 없다. 문동주는 이제 더 이상 상대에게 낯선 투수도 아니다.
한화는 문동주의 몸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차례만 로테이션을 거르면서 차분하게 정비를 하면 되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 최 감독도 문동주가 좋지 않을 때 한 번씩 쉬는 시나리오는 시즌 전부터 준비되어 있었다면서 지금이 그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턴만 쉬고 그 다음 턴부터는 다시 로테이션에 합류할 것이라 설명했다. 한화가 올해 원하는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문동주의 힘이 필요하다. 열흘 뒤 문동주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