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수비의 핵심인 ‘괴물 수비수’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의 최대 강점은 남다른 체격 조건이다. 키 190㎝의 거구인 그는 수비 지역 전방위를 누빌 만큼 발도 빠르다. 이를 활용한 예측 수비를 즐겨 거침없이 상대 공격 동선을 차단한다. 2022∼2023시즌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주전 센터백으로 33년 만의 리그 우승에 앞장서며 세리에A 최우수 수비수로 꼽힌 비결이다.
바이에른 뮌헨 김민재가 레알 마드리드에 페널티킥이 주어지자 주심에게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하지만 김민재의 이런 장점은 ‘팀 스포츠’인 축구에서 동료들이 지원사격을 해줄 때 진가가 발휘된다. 나폴리 우승 당시도 피오트르 지엘린스키와 스타니슬라프 로보트카 등 미드필더가 활동량을 바탕으로 저돌적인 김민재의 뒷공간을 메웠다. 이런 도움 없이는 김민재의 적극성은 침투 공간을 허용해 위험 요인이 된다. 지난 2월 준결승에 그친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김민재가 버틴 수비진이 오합지졸의 조직력 속에 대회 최다인 10골(6경기)을 내주고, 이번 2023∼2024시즌 독일 ‘거함’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고 후반기 들어 후보로 밀린 것도 동료들의 도움 없이 실수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김민재 리스크’가 가장 중요한 순간 터졌다. 한국인 최초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최다 우승팀(14회) ‘명문’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맞대결을 펼친 김민재는 페널티킥(PK)을 내주는 등 실점 두 골에 모두 빌미를 제공하는 ‘최악의 밤’을 보냈다.
바이에른 뮌헨은 1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UCL 준결승 레알 마드리드와의 1차전에서 후반 37분 김민재의 반칙으로 인한 PK로 동점골을 내주며 2-2로 비겼다. 안방에서 승리하지 못한 바이에른 뮌헨은 9일 스페인 마드리드로 원정을 떠나 준결승 2차전을 치른다.
김민재는 이날 모처럼 선발 출전했다. 부진 속에 주전 라인업에서 밀렸던 김민재는 수비수 마테이스 더리흐트의 부상 탓에 중요한 일전에서 선발로 이름을 올렸다. 김민재가 UCL에서 선발로 나선 건 라치오(이탈리아)와 16강 1차전 이후 4경기 만이다.
수비하는 김민재. AFP연합뉴스 |
의욕이 과했던 걸까. 김민재는 선제골 헌납에 실책을 범했다. 전반 24분 후방에 있던 토니 크로스의 패스를 받기 위해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가운데 진영으로 다가서자 김민재도 곧바로 따라나섰다. 패스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비니시우스는 김민재가 따라 오는 것을 보고 바로 골대 쪽으로 방향을 틀어 침투했고, 크로스는 이를 놓치지 않고 패스를 찔러 넣었다. 김민재를 따돌리고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맞이한 비니시우스는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김민재의 치명적인 실수는 후반 팀이 역전에 성공해 2-1로 앞서던 상황에서 또 반복됐다. 선제골 실점 뒤 후반 들어 대반격에 나선 바이에른 뮌헨은 후반 8분 르로이 사네, 4분 뒤 해리 케인의 연속골로 분위기를 반전했다. 그러나 김민재의 페널티 지역 반칙으로 동점골을 헌납했다. 후반 37분 김민재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패스를 받은 호드리구를 손으로 잡아 넘어뜨려 PK를 내줬고, 비니시우스가 자신의 멀티골을 동점골로 장식했다. 경기는 그대로 2-2 무승부로 끝났다. 바이에른 뮌헨 입장에서는 결승행 마지막 길목인 2차전을 레알 마드리드의 안방에서 치러야 하는 부담감을 안았다.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도 경기 뒤 김민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는 수비 장면에서 욕심이 과했다. 수비할 때 그렇게 공격적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페널티킥을 허용한 장면도 마찬가지”라면서 “이런 일이 절대로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민재는 너무 탐욕스럽다. 너무 쉽게 생각한다. 그래서는 아무도 그를 도울 수 없다”고 공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