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유벤투스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의 폭언은 우승컵으로도 덮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18일(한국시간) 유벤투스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알레그리는 더 이상 유벤투스 감독이 아니다. 이번 해임은 코파 이탈리아 결승전과 그 이후 특정한 행동이 유벤투스 가치와 양립할 수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발표했다.
알레그리 감독은 지난 2021년 유벤투스에 재부임했다. 2014-2015시즌부터 유벤투스를 지휘하며 이탈리아 세리에A 5연속 우승을 이끌었고,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준우승을 두 차례 기록하는 등 2010년대 중반 팀 위상을 끌어올린 그는 2019년 이후 휴식을 취했다. 그러다 안드레아 피를로 감독의 부진으로 위기에 처한 유벤투스가 알레그리 감독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고, 알레그리 감독은 2021-2022시즌 유벤투스로 돌아왔다.
알레그리 감독 2기는 마냥 행복하지 않았다. 이미 리그 패권이 유벤투스에서 양 밀란으로 넘어간 상황이었다. 2022-2023시즌에는 뜬금없이 나폴리가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알레그리 감독 특유의 전술도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여기에 구단의 분식회계 관련 징계까지 겹치며 팀 전체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래도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미 유벤투스가 이번 시즌 돌풍을 일으킨 티아고 모타 감독과 물밑 접촉을 끝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알레그리 감독은 코파 이탈리아 결승전에서 아탈란타를 1-0으로 꺾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유벤투스로 돌아온 이후 3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빈손으로 유벤투스를 떠나지 않게 됐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유벤투스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런데 결승전 이후 알레그리 감독은 때아닌 폭언 논란에 휩싸였다. 올 시즌 알레그리 감독은 경기장 안에서 화를 내고 기자회견장에서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이탈리아 일간지 '투토 스포르트'의 귀도 바차고 기자에 따르면 이번에는 겉잡을 수 없는 수준의 발언을 퍼부었다.
알레그리 감독은 경기 후 마주친 '투토 스포르트' 기자를 향해 "망할 놈의 편집장! 주워들은 것 말고 사실대로 기사를 써라! 소문을 갖고 사기치는 짓은 이제 그만둬라"라고 말하는가 하면, 기자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말하라는 말에는 몸을 밀치고 손가락을 들이밀며 "어디 가면 너를 만날 수 있는지 다 안다. 가서 두 귀를 찢어버리고 얼굴을 팰 거다. 신문에 사실을 쓰라고"라며 협박성 발언을 이어갔다. 심각성을 인지한 유벤투스 홍보팀 직원과 세리에A 사무국 직원이 둘 사이를 갈라놓은 후에야 사건은 진정됐다.
알레그리 감독은 해당 보도 이후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해 투토 스포르트의 편집장 귀도 바차고가 보도한 내용을 완전히 부인한다. 편집장과 함께 있을 때는 단순히 '열렬하고 언어적인 논쟁'이 오갔고, 이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를 모욕했다"며 "사건의 어떤 다른 재구성도 거짓"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이미 알레그리 감독에게 마음이 떠난 유벤투스에는 좋은 먹잇감일 뿐이었다. 결국 유벤투스는 우승 이틀 만에 알레그리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아직 리그 2경기가 남아있지만, 이미 UCL 진출을 이뤘기 때문에 남은 시즌 운영에 큰 문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