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2군에 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했어요. 생각보다 오래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셨죠."
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인태(26)는 올봄 치열한 포지션 경쟁을 거쳐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올해 김인태를 대타 요원으로 기용하고 있는데, 5월이 다 지나도록 좀처럼 안타가 나오지 않았다. 13번째 타석까지 볼넷만 2개를 얻었다. 백업으로 오랜 시간 지낸 김인태의 머릿속엔 '2군'이 계속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김인태는 지난달 30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시즌 첫 안타를 신고했다. 4-4로 맞선 연장 11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좌전안타를 때렸다. 14번째 타석 만에 나온 값진 안타였다. 김인태는 대주자 류지혁으로 교체됐고, 두산은 2사 1, 2루 기회에서 허경민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5-4로 승리했다.
첫 안타를 떠올린 김인태는 "뭔가 막혀 있는 게 뚫리는 기분이었다. 안타가 안 나올 때부터 코치님들과 형들이 너무 생각 많이 하지 말고 편안하게 하라고 했는데, 첫 안타가 중요할 때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잘 맞은 타구가 잡히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김인태는 "감은 나쁘지 않았다. 잘 맞은 타구가 2, 3개 잡히고 생각보다 안타가 안 나오니까. 몇 타석 안 들어갔지만 조급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계속해서 김인태에게 기회를 줬고, 동료들은 부담을 덜 수 있는 말들을 꾸준히 해줬다. 덕분에 김인태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는 "생각보다 오래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셨다. 못하면 다시 2군에 가서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을 했다. 주장 (오)재원이 형부터 (김)재호 형, (오)재일이 형, (허)경민이 형, (박)건우 형, (박)세혁이 형, (정)상호 형까지 어차피 안타 나올 건 다 나오니까 편히 치라고 해주셨다. 내가 방망이를 계속 잡고 있으니까 재일이 형이 고민하지 말라고 해줘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밝혔다.
김 감독이 예전보다 더 믿음을 주는 것 같냐는 물음에는 "티를 잘 안 내시니까 모르겠다. 초반에는 조금 안 좋아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2군으로) 안 내리시더라. 솔직히 감독님 마음을 잘 모르겠다. 그저 내 자리에서 잘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외국인 선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 라울 알칸타라는 김인태의 시즌 첫 안타 공까지 챙겨주며 축하했다. 김인태는 "경기 끝나고 인사하는데 페르난데스랑 알칸타라가 같이 신나서 공을 주더라. 안 챙기면 마음 상할까 봐 챙겼다. 라커룸에 들어가서도 기뻐해 주고, 좋아해 주니까. 일단 가방에 보관하겠다. 페르난데스가 언제 물어볼지 모르니까"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앞으로도 대타로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김인태는 "감독님 스타일이 대타든 주전이든 공 보고 주저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다. 내 타이밍에 맞춰서 스윙할 생각으로 연습하려 한다. 안타가 조금 늦게 나왔지만, (앞으로)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