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정훈(33)은 극단적인 어퍼 스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동안 타격폼을 바꾸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던 바로 그 어퍼 스윙으로 정훈이 경기를 끝냈다.
정훈은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NC 다이노스와 시즌 4차전에서 8-9로 뒤진 9회 말 2사 1, 2루에서 역전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터트렸다.
정훈은 볼 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NC 원종현의 3구째 슬라이더(135㎞)를 통타해 왼쪽 담장을 넘기고 경기를 끝냈다.
원종현의 떨어지는 슬라이더 각과 정훈의 어퍼 스윙의 궤적이 딱 들어맞았다. 정훈의 개인 1호 끝내기 홈런.
경기 후에 만난 정훈은 "원종현의 슬라이더만 노리고 있었다"며 "몸쪽에서 가운데로 들어오는 슬라이더만 치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원종현이 공을 놓은 순간부터는 기억이 없다"고 얼떨떨해했다.
롯데는 믿었던 불펜진이 무너지며 8-4로 앞서던 경기를 8-9로 역전을 당했다.
NC의 공격이 진행되던 9회 초 1사에서는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경기가 73분 중단됐다.
경기 초반부터 이어진 난타전과 우천 중단의 여파 탓에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롯데 타선은 마지막 힘을 짜내서 끝까지 응원해준 팬들에게 짜릿한 재역전승을 선물했다.
정훈은 우천 중단 상황에 대해서 "허문회 감독님께서 '앞으로 이런 경기 더 할 수 있다. 그러나 처지지 말고 끝까지 최선만 다하자'고 말씀하셔서 편하게 쉬면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득점권에서 활약이 더 돋보이는 정훈은 이에 대해 "투아웃에서 득점권 찬스가 많이 걸린다. 노아웃이나 1아웃보다는 투아웃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며 "마음 편하게 쳐서 득점권 타율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사실 최근 3∼4년 동안 내 나름대로는 한다고 했는데 결과가 안 좋았다"며 "예전에는 변명을 많이 했다. 기회만 주면 할 수 있다고, 경기에 못 나가는 것에 대해서 변명을 계속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는 "올해는 곰곰이 생각해보니 야구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싶었다. 이대로 가면 옷을 벗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냉정하게 나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인정하고 이를 받아들이면서 정훈은 올해 완전히 달라졌다. 롯데의 보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