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최고의 투수이자, 지난 2년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내리 수상한 제이콥 디그롬(32·뉴욕 메츠)의 이름 앞에는 항상 ‘불운’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닌다. 1일(한국시간)도 예외는 아니었다.
디그롬은 1일 홈구장인 시티필드에서 열린 마이애미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으나 오히려 패전을 안았다. 자신의 시즌 첫 패전. 팀이 2-0으로 앞선 6회 4실점하며 승리투수 요건이 단번에 패전 요건으로 바뀌었는데 동료들이 마지막까지 그 2점을 만회하지 못했다. 메츠는 3-5로 졌다.
4실점 중 자책점은 하나였다. 결국 실책이 끼어 있었다는 의미. 물론 동료 수비 실책까지도 떠안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경기가 마음대로 풀리지는 않았다. 이로써 디그롬은 시즌 7경기에서 2승에 머물고 있다. 41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76, 피안타율 0.185와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0.90이라는 환상적인 세부 지표에도 불구하고 승리는 단 두 번이었다.
사실 사이영상을 수상한 지난 2년간 디그롬은 지독한 불운에 시달렸다. 2년간 합계 승수는 21승에 불과했다. 말 그대로 간신히, 꾸역꾸역 두 자릿수 승수(2018년 10승, 2019년 11승)를 채웠다. 타선 지원이 원활하지 않아 잘 던지고도 노디시전 혹은 패전이 올라가는 경기가 많아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디그롬은 7경기 모두 2자책점 이하를 기록했으나 승리는 두 번에 머물고 있다. 8월 27일 마이애미와 경기에서는 7이닝 2피안타 1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는데 승패 없이 경기를 마쳤다.
이런 디그롬의 불운은 메이저리그 역사를 따져봐도 역대급이다. 디그롬은 개인 통산 6이닝 이상·10탈삼진 이상·2실점 이하를 기록한 경기에서 승리 없이 경기를 마친 경기가 17번이나 된다. 이 부문 역대 1위는 랜디 존슨으로 44경기. 하지만 랜디 존슨의 선발 경기 수(603경기)에 견주면 비율은 7.3% 남짓이다. 반대로 디그롬이 178번의 선발 등판을 했으니 이 비율은 거의 10%에 이르는 셈이다.
놀란 라이언(43경기), 맥스 슈어저(25경기)도 디그롬보다 불운한 날이 많기는 했지만 선발 등판 수와 비교하면 비율 자체로는 디그롬이 훨씬 더 높다. 오직 크리스 세일(24경기)이 디그롬과 비교할 수 있는 불운남 중 하나인데, 세일은 평균자책점 대비 승리는 디그롬보다 많은 편이다.
디그롬은 21승으로도 2년 연속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투표인단이 예전처럼 ‘승리’를 엄격하게 따지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3년 연속 사이영상 수상은 어려울 수도 있다. 단축 시즌이라 승리와 평균자책점을 모두 잡는 의외의 인물이 쏟아질 수 있어서다. 동료들의 지원이 절실한 디그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