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19·발렌시아)에게 2019∼2020시즌은 무언가 아쉬움이 남았던 시즌이었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준우승과 대회 최우수선수 수상까지 한 까닭에 팬들의 기대감이 유달리 컸다. 하지만 발렌시아 구단 운영이 불안정하고 감독이 자주 바뀌어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포지셔닝이 아쉬웠다. 발렌시아 유스 시절엔 줄곧 스트라이커 뒤에서 공격형 플레이메이커, 10번 역할을 많이 소화했지만 성인팀은 공격형 미드필더가 없는 시스템을 구축해 익숙지 않은 오른쪽 측면 역발형 윙으로 많이 출전했다.
기본적으로 이강인은 기술과 더불어 축구 지능이 굉장히 뛰어난 선수다. 특히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할 때 상대방이 수비하기 까다로운 공간으로 움직인다. 공간적 우위를 바탕으로 전진된 위치에서 공을 전달받아 스트라이커에게 연결되는 스루패스 또는 강력한 왼발 슈팅을 날리곤 한다. 하지만 지난 시즌 역할은 오른쪽 측면에 국한됐다. 전진된 위치에서 공을 받기보다는 공을 전진하는 역할에 집중했다.
다행히 이번 시즌엔 분위기가 다르다. 하비 가르시아 감독이 부임한 이후 발렌시아는 수비 시엔 4-4-2 공격 시엔 4-2-3-1 시스템으로 친선경기를 치르면서 이강인을 중앙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하고 있다. 올 시즌 프리시즌 경기를 살펴보면 4-4-2 시스템에 의한 수비는 전방압박을 아주 강하게 한다. 비야레알 전에선 상대 빌드업을 원천 차단하고 높은 위치에서 볼을 탈취해 공격전환을 하겠다는 의도를 자주 보여줬다. 특히 공격형 미드필더가 투스트라이커 형태로 바뀌어 공이 골키퍼로부터 전개됨과 동시에 강하게 압박을 시도한다.
1선의 압박을 기본으로 2선은 공이 전개되는 경로를 예상하여 상대 빌드업을 차단함과 동시에 빠른 역습을 진행했다. 하지만 공격형 미드필더가 스트라이커와 같이 강하게 압박을 하는 탓에 기다리고 있는 2선보다 체력소모가 많았다. 2선 자원이 공을 탈취할 시 공을 소유한 상태에서 앞을 보게 된다. 이것을 자연스럽게 공격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1선 공격수들이 사이드로 돌아 나오는 움직임을 가져가야 한다. 이때 이강인이 1선에 위치한다면 공을 소유하고 앞을 보는 형태보단 다른 2선의 선수들이 속도를 살리고 공간의 우위를 점하게 하는 움직임을 가져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주장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했던 레반테 경기에선 발렌시아가 수비보다는 공을 소유하며 공격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4-2-3-1 시스템을 활용한 경기가 지속될 수 있었다.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소화한 이강인은 스트라이커와 기민한 움직임을 가져가며 상대 최종수비 라인을 흔들었고 자유롭게 1선과 2선을 넘나들며 공격의 전개와 질적인 패스와 슈팅을 선보였다.
발렌시아가 4-2-3-1이란 시스템으로 유럽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그 덕에 발렌사아의 유소년 시스템의 기본이 되었었다. 어릴 때부터 그런 시스템 아래에서 이강인은 중앙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많이 맡아 왔고 그렇게 성장을 해왔다. 많은 감독이 오가며 발렌시아와 함께했지만 안타깝게도 이강인과 맞는 전술적인 감독은 없었다. 다행히 가르시아의 전술 운용은 이강인과 좋은 궁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