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린FC와 경기에서 교체 투입을 준비하는 가레스 베일.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영국 머지사이드 크로스비 주택가에 있는 로셋 파크. 최대 수용 인원이 389명에 불과하며, 집에서도 관중석처럼 경기를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구장이다. 원정 드레싱룸이 워낙 좁아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토트넘 선수들은 평소 웨딩 파티장으로 사용되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레알 마드리드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누볐던 가레스 베일(33)이 이곳에 섰다. 11일(한국시간) 열린 2020-21 잉글랜드 FA컵 3라운드 마린FC와 경기에서 후반 교체 투입되어 로셋 파크 그라운드를 밟았다.
잉글랜드 8부리그 소속 마린FC는 1894년 창단한 팀으로 교사, 환경미화원, 정비공, 물리치료사 등을 본업으로 갖고 있는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영국 매체 스포츠 몰에 따르면 마린 선수 중 가장 높은 급여를 받는 선수는 주당 200파운드에서 300파운드(50만 원) 사이다.
반면 베일은 세계 최고 축구 선수 중 한 명이다. 원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에서 받는 주급이 60만 파운드(약 9억 원)로 케빈 더브라위너, 라힘 스털링, 모하메드 살라 등을 넘어 프리미어리그 선수 중 1위다. 마린 최고 주급 선수와 차이는 무려 2000배다.
마린 선수들은 30분가량 베일과 함께 그라운드에 섰다. 본업이 자동차 딜러인 골키퍼 파상은 베일의 유효 슈팅을 몸으로 품었다. 베일과 경기는 본업이 축구가 아닌 마린 선수들에겐 평생 '안줏거리'가 됐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어쩌면 마린 선수들이 기다렸을 또 다른 시간. 수비수 조슈아 솔로몬 데이비스(21) 등을 비롯한 일부 마린 선수들은 베일에게 향했다. 유니폼 교환을 위한 '딜'이 이루어졌다.
자신을 손흥민의 팬이라고 밝힌 마린 주장 나이얼 커밍스는 경기 전 "많은 선수들이 유니폼 교환을 위해 케인에게 향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벤치에서 출전하지 않았고 케인은 아예 출전 명단에서 빠졌다. 자연스럽게 베일에게 가장 많은 관심이 쏠렸다.
▲ 세계적인 스타 가레스 베일이 8부리그 경기장 로셋파크를 찾았다.
마린은 토트넘을 만나기까지 프릭클리와 런콘 리네츠, 낭트위치 타운, 체스터FC, 콜체스터 유나이티드, 하반트 워털루빌 등 예선부터 6팀을 이기면서 1992-93시즌 이후 처음으로 3라운드에 올라 왔다.
이날 토트넘은 5-0으로 이겼다. 카를로스 비니시우스가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델리 알리와 알피 디파인이 1골씩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