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33)의 두 번째 선발 등판이 불발됐다. 현지 매체는 양현종을 아리하라 고헤이(29·이상 텍사스)의 대체 선발 1순위로 꼽았으나 크리스 우드워드(45) 텍사스 감독의 선택은 '2년차 좌완'이었다.
우드워드 감독은 11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전을 앞두고 열린 화상 인터뷰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한 건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15일 휴스턴전에 웨스 벤자민(28)을 선발로 내세울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아리하라가 손가락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15일 경기에 나설 임시 선발에 관심이 쏠렸다. 미국 텍사스 지역지 댈러스 모닝뉴스는 "아리하라의 대체자로 언급된 3명 중 가장 확실한 후보는 양현종"이라면서 "그는 올 시즌 3경기에 등판, 12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다"고 소개했다.
우드워드 감독은 지난 10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 "양현종과 콜비 알라드(24), 벤자민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종 선택은 벤자민이었다.
벤자민이 올 시즌 선발 등판하는 건 이번 경기가 처음이다. 앞서 3경기서 모두 구원 등판해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4.76을 마크했다.
양현종으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그는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25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 6일 미네소타를 상대로 한 빅리그 선발 데뷔전에서 3⅓이닝 동안 4개의 안타(1홈런)를 허용했으나 삼진을 무려 8개나 잡아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데뷔전 최다 탈삼진 신기록이었다.
그럼 왜 양현종이 아닌 벤자민일까. 우선 최근 벤자민이 마이너리그 경기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게 낙점 이유로 꼽힌다. CBS 스포츠는 "벤자민은 트리플A 무대서 5이닝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이 모습이 충분히 깊은 인상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벤자민은 지난 6일 트리플A 오클라호마 시티 다저스(LA 다저스 산하)를 상대로 선발 등판, 5이닝 4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총 84개의 공 중 스트라이크가 59구일 정도로 제구가 잘 됐다. 여기에 벤자민은 양현종과 달리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들어갔을 정도로 우드워드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벤자민은 2014년 5라운드 전체 156순위 지명을 받아 텍사스에 입단했다. 이후 2019 시즌까지 마이너리그서 계속 생활하다가 지난해 8월 17일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선발로 오랫동안 뛰었다. 마이너리그 90경기 중 85경기서 선발 등판, 29승 24패 평균자책점 4.21을 올렸다. 지난 시즌엔 빅리그 8경기(1선발)에 출전해 2승 1패 평균자책점 4.84를 찍었다. 22⅓이닝 동안 24피안타(4홈런) 7볼넷 21탈삼진 12실점(12자책), 피안타율 0.264,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39를 기록했다.
비록 선발 등판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양현종으로선 계속 1군 로스터에 등록돼 경기서 대기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인 신호다. 현재로선 불펜서 대기한 뒤 선발진이 조기에 무너질 경우, 롱 릴리프로 나설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