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보상선수 신화가 또 시작될까.
두산 베어스는 전통적으로 FA 보상선수를 잘 데려왔다. 2009년 이원석(삼성)은 보상선수 신화를 넘어 FA 대박을 치며 삼성으로 이적했다. 근래에는 2019년 이형범이 있었다. 지금은 주춤하지만, 당시 양의지(NC)의 대체선수로 영입, 마무리투수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두산은 2020시즌 후 7명의 주축이 한꺼번에 FA 시장에 쏟아져나갔다. 허경민, 정수빈, 김재호, 유희관을 잡았다. 그러나 오재일(삼성 4년 총액 50억원), 최주환(SSG 4년 총액 42억원), 이용찬(NC 3+1년 총액 27억원)까지 붙잡을 수 없었다.
이들의 반대급부로 데려온 선수가 박계범, 강승호, 박정수다. 박계범과 강승호는 이미 두산의 주축 중앙내야수로 기용된다. 김재호와 오재원이 나이가 많고 잔부상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팀 내 영향력을 높였다.
박계범은 12일까지 51경기서 타율 0.281 3홈런 20타점 15득점을 기록했다. 사실 타격 재능만 따지면 강승호가 더욱 기대됐다. 그러나 12일까지 49경기서 타율 0.236 4홈런 19타점 26득점에 그쳤다.
강승호는 SK에서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전력이 있다. SSG로 새출발 한 뒤 간판급 중앙내야수 보강을 천명했고, 검증된 최주환을 영입했다. 그러면서 강승호를 과감히 보호선수명단에서 뺐고, 두산은 과감하게 데려갔다. 팀 사정, 포지션 역학관계 등을 떠나 잠재력이 높은 선수를 픽하는, 두산다운 결단이었다. 만 27세인데 이미 군 복무를 마친 메리트도 있었다.
그런 강승호가 후반기 시작과 함께 불타는 방망이를 과시한다. 11~12일 대구 삼성전서 잇따라 홈런 한 방을 터트렸다. 7타수 3안타에 2홈런 4타점. 상승세는 13일 고척 키움전으로 이어졌다. '두산 킬러' 이승호를 상대로 2회 좌익수 키를 넘기는 선제 2타점 2루타로 기선을 제압했고, 10-6으로 앞선 7회에는 김선기의 높게 형성된 패스트볼을 통타, 쐐기 좌월 투런포를 뽑아냈다. 4회 희생플라이 포함 이날만 5타점 수확.
두산에 따르면, 강승호는 개인 첫 3경기 연속 홈런에 개인 한 경기 최다타점을 기록했다. 종전 4타점 경기는 두 차례 있었다. LG 시절이던 2017년 9월 23일 창원 NC전, 2018년 4월6일 부산 롯데전이었다.
전반기 47경기서 2홈런에 그쳤던 타자가 후반기 3경기서 3홈런이다. 표본은 적지만 대단히 좋은 흐름이다. 자연스럽게 2루 주인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두산이 또 한번 보상선수 신화를 이룩할 수 있을까. 잠재력을 감안할 때, 기대해볼 만하다. 어울리지 않는 하위권서 5강 도약에 도전하는 두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