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재능'이라 했다. 말 그대로였다. 오자마자 빼어난 피칭을 펼쳤다.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22) 이야기다. 욕 먹을 각오를 하고 복귀시켰다. 다 이유가 있었다. 일단 실력이 확실하다. 나아가 차라리 잘 던져서 다행이다.
안우진은 2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정규시즌 NC 다이노스와 2연전 첫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4피안타 1사구 10탈삼진 1실점의 좋은 피칭을 선보였다. 투구수는 83개였다. 이날 키움은 안우진을 앞세워 4-1의 승리를 거뒀다. 6연패 탈출이었다.
지난 7월 6일 SSG전 이후 79일 만에 오른 마운드였다. 낯설 법도 했지만, 전혀 문제는 없었다. 속구는 던지는 공마다 150km를 상회했고, 슬라이더 또한 날카로웠다. 뚝 떨어지는 커브에 간간이 섞은 체인지업도 위력이 있었다.
10탈삼진은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신기록이다. 기존에 8탈삼진 경기가 네 번 있었다. 2개를 더 잡았다. 강력한 포심으로 만든 삼진도 있었고, 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으로 돌려세운 타자도 있었다. 총 17개의 아웃카운트 가운데 10개를 자기 힘으로 해결했다.
5회까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1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1~3회는 퍼펙트로 막았고, 4회들어 안타와 몸에 맞는 공으로 1사 1,2루에 몰리기는 했다. 여기서 애런 알테어와 노진혁을 삼진으로 잠재우며 이닝을 마쳤다. 5회는 다시 삼자범퇴.
6회 들어 살짝 주춤하기는 했다. 김주원에게 2루타, 전민수에게 적시타를 내줘 1실점했다. 나성범을 뜬공 처리한 후 양의지에게 안타를 다시 맞았다. 알테어를 다시 삼진으로 막아내며 2사 1,2루가 됐고, 송신영 투수코치가 새 공을 받아 마운드에 올랐다. 잠시 안우진과 대화를 나눈 뒤 그대로 교체했다.
경기 전 홍원기 감독은 "투구수는 70~80구 정도 보고 있다"고 했다. 83개를 던지고 내려왔다. 6회가 상대적으로 아쉽기는 하나 그래도 퀄리티스타트(QS)급 호투였다. 거의 80일 만에 복귀해 이렇게 던진다는 것 자체로 놀라운 부분이다.
안우진은 한현희와 함께 지난 7월 원정 숙소를 무단 이탈해 술자리에 참석했다. KBO로부터 36경기 출전정지와 제재금 500만원 징계를 받았다. 키움의 벌금 500만원 자체 징계도 있었다. 징계가 나온 후 홍원기 감독은 "징계가 끝나도 쓰지 않겠다. 시즌 구상에서 제외했다"고 했다.
그러나 팀 사정이 좋지 못했다. 확실한 선발 투수가 1명이라도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최근 6연패에도 빠졌다. 올 시즌 15경기에서 3승 7패,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중인 안우진이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직전 4경기에서 25이닝 2실점, 평균자책점 0.72를 만들고 있기도 했다.
결국 키움이 고심 끝에 안우진과 한현희를 다시 쓰기로 했다. 안우진의 36경기 출전정지 징계가 끝나자마자 바로 선발로 냈다. "말을 번복해 죄송하다"고 홍원기 감독이 누차 사과했다. 어차피 욕 먹을 각오를 하고 다시 불렀다. 그리고 이것이 통했다. 구설수와 별개로 실력은 확실했다. 덕분에 키움이 6연패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