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의 골키퍼 피에를루이지 골리니(26)가 팀을 승부차기 끝에 카라바오컵(EFL컵) 16강으로 이끌고 난 뒤에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토트넘은 23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울버햄튼과 카라바오컵 32강전에서 정규시간 내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 끝에 3-2로 승리하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이 경기는 황희찬(25·울버햄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진출한 후 손흥민(29·토트넘)과 첫 맞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황희찬은 선발로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고, 손흥민은 후반 16분 교체로 나와 '코리안 더비'가 성사됐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골리니는 울버햄튼과 승부차기에서 큰 역할을 했다. 5명의 키커의 슈팅 중 하나를 막았다. 그런데 이기는 동안 그는 화가 났다. 왜 그랬을까?"라며 경기 후 인터뷰를 전했다.
골리니가 화가 난 이유는 황희찬의 슛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풋볼 런던에 따르면 골리니는 루이 바르보사 토트넘 골키퍼 코치와 함께 울버햄튼 선수들의 페널티킥 습관을 연구했다. 프리미어리그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황희찬 역시 포함됐다.
그러나 황희찬은 승부차기에서 울버햄튼의 1번 키커로 나서 토트넘 골문 오른쪽 낮은 곳을 빠르게 통과하는 골을 넣었다. 골리니는 방향 예측에 성공했지만, 강한 슈팅에 골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황희찬의 골 직후 골리니는 얼굴을 감싸쥐고 그라운드를 내려치는 등 아쉬움을 가감 없이 표현했다.
골리니는 "난 (승부차기 중) 적어도 하나의 슈팅은 막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황희찬이 그 곳으로 슈팅할 줄 알고 있었고 내 판단은 옳았다. 하지만 난 그 슈팅을 막을 수 없었다"면서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만약 내가 다른 하나를 막지 못해 우리 팀이 진다면 난 황희찬의 슈팅을 막지 못한 것을 매우 후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골리니에겐 다행하게도 토트넘의 1~3번 키커들이 차례로 골망을 흔들었고, 울버햄튼 3번 키커 후벵 네베스(24)의 슛은 골대를 크게 벗어나 후공인 토트넘이 3-2로 앞서 갔다. 골리니는 울버햄튼 4번 키커 덴돈커의 슈팅을 잡아내면서 승부차기 최종 3-2로 토트넘의 승리를 이끌면서 영웅이 됐다.
골리니는 "팀 동료들이 완벽하게 슈팅했다. 우리가 다음 라운드로 가게 돼 매우 기쁘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황희찬은 비록 골을 넣지 못하고 울버햄튼의 패배를 막진 못했지만, 경기 내내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서도 황희찬은 팀 내 최고 평점인 7.5점을 받아 활약을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