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9·SSG)는 메이저리그에서만 16년을 뛰었고, 올스타까지 선정된 슈퍼스타였다. 그런 추신수가 KBO리그로 왔을 때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3할과 30홈런은 기본으로 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있었던 반면, 시즌 준비를 제대로 못한 데다 마흔의 나이는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신중한 전망도 있었다. 추신수의 성적은 그 중간 어느 지점에 있다. 기대만큼의 성적은 아니지만, 분명 ‘폼은 일시적이나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격언을 떠올리게 하는 지점도 있다.
추신수는 17일까지 128경기에 나가 타율 0.261, 20홈런, 24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55를 기록 중이다. SSG가 내심 추신수에게 기대했던 OPS 0.900 이상의 성적은 아니지만, 올해 리그 전반적인 타격이 꺾였다는 것은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추신수의 주특기인 ‘출루’는 건재하다.
추신수는 17일까지 출루율 0.410을 기록 중이다. 리그에서 추신수보다 더 높은 출루율을 기록 중인 선수는 단 5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추신수는 올해 나이가 마흔이다. 한국 나이로 40대 선수가 0.410 이상의 출루율을 기록한 건 실로 오래간만의 일이다.
KBO리그 역사상 40대 선수가 4할 이상의 출루율을 기록한 건 딱 두 번이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백인천(MBC)이 0.412의 타율과 0.497의 고출루율을 모두 달성했다. 그 다음이 삼성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 훌리오 프랑코다. 프로필상 1961년생인 프랑코는 만 39세 시즌이었던 2000년 출루율 0.403을 기록했다.
1999년 0.425, 2001년 0.503의 대단한 출루율을 기록했던 전설적인 타자 펠릭스 호세 또한 40대에는 출루율이 떨어졌다. 호세는 2006년 0.399, 2007년 0.360의 출루율을 기록했다. 아무리 리그를 폭격하는 선수라고 해도 나이가 들어 4할 출루율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추신수가 그 기록을 해내고 있는 셈이다.
0.410 이상의 출루율을 기록하면 백인천 이후 39년 만의 ‘40대 선수 출루율 0.410 이상’을 충족하게 된다. 아직 시즌이 몇 경기 더 남아있어 이 출루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오히려 더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추신수는 9월 이후 38경기에서 출루율이 0.434에 이르고, 10월 이후 13경기 출루율은 무려 0.579다. 완전히 감을 잡은 양상이다.
왼 팔꿈치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출루율, 루상에서의 센스, 그리고 종합적으로 경기를 보는 눈에서 여전한 클래스를 과시하고 있다. 체력적인 부담에도 불구하고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기세가 타오른다. 여러 의심에도 불구하고 추신수가 대단한 선수임을 증명한 건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