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가 출범한 지 올해가 40년째 맞는 시즌이다. 아직도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 있다.
승수가 적은 팀이 많은 팀보다 승률에서 앞서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하는 경우이다.
그동안 KBO리그 39번의 정규시즌에서 36번은 당연히 많은 승수를 챙긴 팀이 우승했다.
나머지 3번은 승패무가 같은 경우가 1번이고, 2번은 승수는 같았지만 무승부 덕분에 1위와 2위가 갈렸다.
지난 2019년 정규시즌은 시즌 마지막날까지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1위 두산과 2위 SK는 나란히 88승1무55패 승률 6할1푼5리로 똑 같았다. 결국 두산이 SK 상대전적에서 9승7패로 앞서는 바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이후 1위 결정전이 만들어졌다)
무승부 때문에 순위가 결정된 것은 1995년에는 1위 OB(74승5무47패)와 2위 LG(74승4무48패), 2014년 1위 삼성(78승3무47패), 2위 넥센(78승2무48패)으로 운명이 갈렸다.
그런데 올해는 적은 승수가 많은 승수팀을 제치고 1위에 오를 수도 있다. 아직 팀당 최다 12경기에서 최소 7게임이 남은 상태이기 때문에 실제로 일어날 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정규리그 종료까지 12일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도 1위를 놓고 혼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기에 충분히 가능성이 남아 있다. 9회 무승부제도 때문이다.
18일까지 1위는 KT가 73승53무8패, 2위 73승56패8무, 3위 LG가 69승54패9무이다.
적은 승수 우승팀의 경우의 수는 많다. 최근 10경기에서 4승밖에 건지지 못한 KT가 이런 부진이 이어지고, 7승3패를 올린 삼성이 남은 경기 전승을 하면 삼성이 무승부 제도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즉 삼성이 전승을 하면 80승56패로 승률 5할8푼8리가 된다. KT는 남은 10경기서 5승1패4무를 기록하면 78승54패가 된다. 승률이 5할9푼1리로 우승한다. 페이스가 좋은 삼성이지만 전승을 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에 실제로 일어나지는 쉽지 않은 경우의 수이다.
그것보다 LG가 무승부제도의 최고의 수혜자가 될 확률이 더 높다.
1위 KT가 남은 10경기서 5승5패를 한다면 시즌 최종성적은 78승58패이다. 승률 5할7푼4리가 된다.
3위 LG는 12경기에서 8승만하고 패는 최대 3패만 한다고 가정하면 77승57패여서 5할7푼5리가 된다. 승률 1리 차이로 LG가 우승하게 된다.
만약 2위팀 삼성이 4승2무1패를 하면 77승57패로 LG와 승률이 같아진다. 그러면 1위 결정전을 위한 타이브레이커 경기가 열리게 된다.
KT, 삼성, LG가 벌이는 1~3위 싸움이 과연 승수대로 결정이 될 것인지, 아니면 사상 처음으로 적은 승수의 팀이 우승 컵을 들어올릴지 궁금해진다.
갑작스런 9회 무승부제도로 인해 찝찝함의 연속이었는데 시즌 막판 의외의 쫄깃쫄깃한 순위 싸움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편 일본에서는 올 시즌 이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18일까지 센트럴리그 1위 야쿠르트가 71승(47패)밖에 올리지 못했지만 73승(55패)을 거둔 2위 한신을 3경기차로 따돌리고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야쿠르트는 무려 17무의 덕을 본 반면 한신은 8무만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