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강등될 경기력이 아닌데… '최고의 강등팀(?)' 된 광주의 아이러니

426 0 0 2021-11-29 17:49: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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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정 기자 = 기적을 꿈꾼 광주FC의 도전은 결국 1경기를 남겨 놓고 리그 최하위인 12위를 확정하며 실패로 끝났다. 지난 36라운드에서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포항스틸러스를 꺾으며 틔운 희망의 불꽃은 성남FC를 상대로 패하며 강등 확정이라는 비극으로 결말이 났다. K리그 역사상 군팀인 김천상무(상주상무 시절 포함 3회)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3번째 강등을 경험한 팀이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광주는 역대 다이렉트 강등팀 중 우수한 성적을 남겼다. 리그 37경기에서 승점 36, 41득점. 53실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승점이 0.97점이 넘는데 2016년 38경기에서 승점 39점(경기당 1.02점), 40득점 58실점을 기록한 수원FC를 제외하면 최고의 기록이다. (*2012년 16개 팀 중 15위로 자동 강등된 광주FC는 44경기 45점이었지만 당시 상주상무가 스플릿 라운드 14경기를 기권하며 상주전 2경기에서 자동으로 2-0 승리를 기록했음) 

수원FC는 역대 다이렉트 강등팀 중 유일하게 경기당 승점이 1을 넘었던 팀이다. 만일 광주가 오는 12월 4일 홈에서 열리는 인천과의 최종전에서 승리하면 그 기록과 같아진다. 다득점 기록은 이미 넘었다. 최고의 성적으로 강등되는 팀이라는 역사를 남기게 된 상황이다. 

내용 면에서도 광주는 호평 받았다. 김호영 감독은 중원을 두텁게 하는 4-2-3-1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빠른 공격 전환을 선호했다. 엄원상, 엄지성, 허율, 이희균 등 유스 출신의 이른바 광탄소년단을 적극 활용하며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다. 최하위 팀이지만 3득점 이상의 경기를 5차례나 했다. 

강등팀의 경기력이 아니라는 호평 속에서도 왜 광주는 다시 2부 리그로 향하게 됐을까?



첫번째는 경기 운영의 아쉬움이다. 올 시즌 광주는 13경기에서 선제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승리를 지킨 경기는 7경기에 불과하다. 선제 득점 후 역전패가 6번이었고, 선제 실점 후 뒤집었지만 재역전패를 당한 것도 1차례 더 있었다. 올 시즌 선제 득점 시 승률이 가장 낮은 팀이었다. 승강제 도입 후 역대 2번째로 선제득점 후 패배가 많았다. 2015년 13경기에서 선제 득점을 하고도 7번이나 역전패를 당한 대전시티즌(현 대전하나시티즌)이 그 부문 1위다. 대전도 그 시즌에 다이렉트 강등을 당했다. 

강등권 싸움이 치열했던 시기에도 결국 극적인 역전패가 광주의 발목을 잡았다. 10월 3일 홈에서 벌어진 31라운드 포항전에서는 후반 9분 실점했지만 후반 24분과 26분 김종우, 두현석의 연속 골로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후반 37분과 45분 포항의 이호재에게 연달아 실점하며 재역전패를 당했다. 

최악의 역전패는 한달 뒤 갱신됐다. 11월 3일 열린 35라운드에서 후반 5분까지 3-0으로 앞서 있었다. 광주의 승리를 의심할 수가 없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후반 19분 알렉스의 자책골을 시작으로 후반 42분까지 잇달아 4실점을 했다. K리그 역사에 오래 남을 3골차 뒤집기의 희생양이 됐다. 

김 감독의 공격적인 경기 운영이 발목을 잡은 경기였다. 그 2경기 외에도 또 한 번의 역전패였던 10월 17일 강원 원정(1-2 패), 2-1로 앞서다 후반 44분 동점골을 내주고 비긴 10월 31일 강원 홈(2-2 무) 경기도 통한의 승부였다. 승부의 세계에서 가정법은 의미가 없지만, 그 경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승점만 잡았다면 광주는 현재 여유 있게 잔류를 확정했을 수 있다. 



광주를 강등으로 이끈 두번째 원인은 몰수패의 스노우볼이다. 지난 9월 18일 열린 홈 경기였다. 광주는 전반 9분 김주공의 선제골로 앞서다가 후반 45분 주민규에게 페널티킥 실점을 허용하며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광주는 후반에만 4차례에 걸쳐 교체를 단행했다. 하프타임 교체를 제외하고는 3차례의 교체 기회만 허용하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결국 그 경기는 1-1 무승부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 광주의 몰수패가 인정됐다. 처음에는 심판진의 실책으로 알려졌지만, 프로축구연맹 확인 결과 광주 코칭스태프의 귀책 사유가 인정됐다. 승점 1점을 놓친 것도 뼈아팠지만 그 뒤 4연패를 추가하며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어진 전북전에서는 이전까지 맹활약하던 골키퍼 윤평국의 결정적 미스로 패했다. 앞서 말한 포항전, 강원전 역전패도 뒤따랐다.

세번째는 펠리페 이적의 여파다. 광주는 여름이적시장에 펠리페를 중국 2부 리그의 청두 룽청으로 이적시켰다. 약 20억원의 이적료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최만희 대표이사가 서정원 감독을 설득, 당시 청두 이적이 확정되고도 취업비자 발급 문제로 합류하지 못하던 조나탄을 무상 임대했다. 이적이 결정될 때만 해도 광주가 큰 이적료를 벌어 부채를 어느 정도 탕감하는 동시에, K리그 득점왕 출신의 검증된 선수까지 데려와 전력 누수를 막는 일석이조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문제는 조나탄의 몸 상태였다. 7월 초 광주FC에 합류했지만 조나탄은 긴 시간 재활만 반복했다. 출전 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그림의 떡이었다. 결국 팀이 서울전 역전패로 위기에 빠진 36라운드 포항전에 드디어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종료 직전 투입된 조나탄은 3주 휴식기를 거쳐 몸 상태를 더 올려 37라운드 성남전에는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됐다. 위협적인 장면도 있었지만 확실히 몸 상태가 완전치 못했다. 

광주는 잔류의 키맨으로 여겼던 조나탄을 고작 2경기에서 50분 조금 넘게 활용하고 강등이 확정되고 말았다. 강등권의 경쟁팀들이 여름에 확실한 보강에 성공하며 싸울 수 있는 힘을 추가한 반면, 광주는 유일하게 데려온 조나탄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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