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시 황당한 투표 사례가 어김없이 나타났다. KBO리그 MVP-신인왕 시상식에서 다시 한 번 투표 논란이 나왔다.
29일 서울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열린 ‘2021 KBO MVP-신인왕’ 시상식. 가장 관심을 모았던 신인왕 부문은 KIA 타이거즈 이의리(총점 417점)가 롯데 자이언츠 최준용(총점 368점)을 제치고 생애 단 한 번뿐인 영광의 순간을 맞이했다. MVP는 올해 한 시즌 개인 최다 탈삼진 기록을 경신한 두산 베어스 아리엘 미란다(총점 588점)가 역대 7번째 외국인 MVP의 영에를 안았다.
이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변은 없었던 결과. 개인 성향에 따라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고 그 결과가 나왔다. 신인왕의 경우 1위 이의리와 2위 최준용의 점수 차이는 49점에 불과했다. 사실상 접전이었다. MVP 미란다와 2위 이정후(총점 329점)의 격차는 꽤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전체 투표 결과를 받아든 순간, 받아들이기 힘든 표를 받은 선수들이 즐비했다. 올해 유효표는 115표였다. 이의리와 최준용은 올해 신인왕을 경쟁하는 유력후보였고 제3후보가 등장하더라도 1~3위 표 중 한 장이라도 취득하는 것이 마땅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이의리는 총 득표수 99표로 이의리에게 한장의 표도 주지 않은 기자들이 16명에 달했다. 오히려 총 득표수는 최준용이 100표로 1표 더 많았다. 최준용에게 1장도 주지 않은 기자도 15명이나 됐다.
MVP 역시 마찬가지. 총 유효표 115표 중 미란다는 96표를 얻었다. 미란다에게 1위~5위표 중 단 한 표도 주지 않은 기자는 19명이었다. ‘부자 타격왕’이라는 족적을 남긴 이정후의 유효표는 93표. 이정후를 외면한 기자들도 22명에 달했다. 신인왕과 MVP 투표에서 1장이라도 표를 얻은 선수는 총 36명으로 광범위했다.
이의리와 최준용 외에 1위표를 획득한 선수는 SSG 오원석, 두산 박지훈(이상 2장), KIA 윤중현, 한화 김태연, SSG 장지훈, 김건우, NC 김주원, 최정원, 두산 권휘, 삼성 구준범(이상 1장) 등 10명이다. 신인왕 투표 3위에 오른 장지훈은 올해 SSG 마운드의 마당쇠 역할을 한 점을 인정 받아 총점 32점을 획득했고 1위표 1장을 얻었다.
그런데 이 중 1위표 2장이나 받은 두산 박지훈은 34경기 타율 3할3푼3리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부분 대주자 대수비였고 타격 결과는 12타수 4안타에 불과했다. 2020년 2차 5라운드 전체 49순위로 지명된 박지훈은 지난해 18일, 올해 56일 동안 1군에 머문 바 있다. 비율 기록이 좋다고 할지라도 절대적으로 표본이 부족했다.
특히 의문의 1위표를 받은 삼성 구준범의 경우 올해 1군 등판 경기는 단 1경기에 불과하다. 지난 6월 2일 SSG전에 선발 등판해 2이닝 2피홈런 3볼넷 1사구 5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평균자책점은 22.50이다. 지난 2014년 2차 6라운드 57순위로 지명을 받았고 6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1군 무대를 밟았다. 인간 승리의 감동이 황당하게 신인왕 투표 1위표로 표현됐다. 몰상식하고 기준 없는 투표 행태는 선수들은 과연 납득할 수 있을까. 선수를 향한 예의도 아니다.
지난해 역시 고개를 갸웃할 만한 투표 결과들이 이어나왔다. 지난 2016년부터 득표제에서 점수제로 투표 방식이 바뀌었고 보다 광범위한 선수들이 입후보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하지만 다소 이해하기 힘든 투표가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여러 사건사고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올해 KBO리그다. 그리고 한 시즌을 빛내는 최고의 무대를 얼룩지게 만든 몰상식한 투표 행태가 다시 이어졌다. 올바른 투표로 리그의 권위라도 조금씩 정상화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