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손아섭 /OSEN DB
[OSEN=조형래 기자] 4년 전에는 98억 원을 받은 초특급 FA 선수였다. 이 기간 통산 2000안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하지만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시점에서 시장 기류는 달라진 듯 하다.
손아섭(33)은 지난 2017년 시즌이 끝나고 4년 98억 원에 첫 FA 계약을 맺었다. LG 트윈스가 시장에 참전해서 손아섭 획득을 위해 노력했고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이 벌어졌다. 결국 데뷔 팀이었던 롯데 잔류를 선택했다.
이전까지 행보는 충분히 특급 선수의 길을 걸었고 시장 상황을 비춰봤을때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능한 금액이었다. 그동안 쌓은 커리어를 인정하고 4년 계약 기간 동안 활약을 기대하는 계약 규모이기도 하다.
그럼 손아섭의 첫 FA 4년은 어땠을까. 짝수해 2년은 모두가 기대했던 ‘손아섭다운’ 모습이었고 홀수해 2년은 아쉬움이 짙은 성적이었다. 계약 첫 해였던 2018년, 타율 3할2푼9리(553타수 182안타) 26홈런 93타점 20도루 OPS .950의 기록을 남겼다.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에 20홈런-20도루 기록을 달성했다. 커리어 최고의 장타율로 장타에 대한 욕구를 실현시킨 시즌이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9년에는 3할 타율도 달성하지 못했다. 2할9푼5리(512타수 151안타)에 머물렀고 홈런도 10개로 뚝 떨어졌다. OPS. 역시 .760에 그치며 생산력이 뚝 떨어졌다.
절치부심했다. 2020년 다시 부활했다. 타율 3할5푼2리(540타수 190안타) 11홈런 85타점 98득점 OPS .908로 자존심을 회복했다. 손아섭의 부활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관건이었다. 그러나 계약의 마지막 시즌인 올해, 다시 부침을 겪었다. 타율은 3할1푼9리(542타수 173안타)로 3할 타율로 자존심은 지켰다. 최연소, 최소경기 2000안타 기록까지 때려냈다.
그러나 홈런은 3개에 불과했고 OPS도 .787로 다시 떨어졌다. 장타율이 .397로 내려온 것은 분명 이상적인 수치는 아니었다. 홈런 뿐만 아니라 장타율 전체가 하락한 것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따라 손아섭의 가치 책정이 달라질 수 있다. 일시적인 저하인지, 아니면 에이징커브의 시작일지 의견이 분분하다. 내년 시즌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알기 쉽지 않다.
4년 전에는 100억 원에 육박하는 특급 FA였지만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 시점에서 손아섭의 시장 위치는 다소 애매하다. 일단 외야수 FA들이 시장에 대거 나왔다. 손아섭의 컨택 능력은 뛰어나지만 나성범, 박건우, 김재환, 김현수의 역량이 손아섭에 비해서 떨어진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장타력은 앞서 언급한 4명의 선수들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수비와 주루 능력에서는 박해민이라는 독보적인 강점을 가진 FA 매물이 있다. 손아섭이 확실하게 장점을 어필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다. 4년 전과 다른 시장 환경이다.
롯데 손아섭 /OSEN DB그러나 지난 4년 전 FA 계약 당시, 계약 마지막 시즌 연봉을 5억 원으로 낮게 책정했다. 이적 가능성을 높이고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요인을 만들었다. 연봉이 낮으면 당연히 이적시 발생하는 보상금이 낮아진다. 손아섭은 B등급 FA로 이적 시 원소속팀에게 보호선수 25인 외 보상선수 1명과 직전연도 연봉의 100%에 해당하는 보상금 혹은 연봉의 200%인 보상금을 지불하면 된다. 이적의 제약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원 소속구단 롯데는 FA 협상과 관련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일단 성실하게 협상에는 임할 것이라는 후문. 그렇다고 타 구단들의 관심이 뜨겁다고 볼 수 없다. 일단 박건우, 김재환에게 시장의 관심이 쏠려 있다. 나성범의 경우 원소속팀 NC 잔류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 손아섭을 향한 관심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뒷전이라고도 풀이할 수 있다. 4년 전과는 확연하게 낮아진 가치 평가를 받아들 수 있다. 대신 폭등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서 몸값도 덩달아 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