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누구? 여긴 어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차기 사령탑인 에릭 텐 하흐 감독이 멍하니 그라운드를 바라만 봤다. 문자 그대로 '넋이 나간' 듯 한 표정이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다. 보고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의 완성형처럼 보였다. 앞으로 맡게 될 맨유의 처참한 수준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영국 매체 더 선은 23일(한국시각) 리그 최종전이 끝난 뒤 텐 하흐의 반응에 대해 보도했다. 이 매체는 '텐 하흐 맨유 차기 감독은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시즌 최종전을 직접 관전한 뒤 매우 화가난 듯 인상을 찌푸리고, 이빨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맨유는 이날 자정에 일제히 개시된 EPL 38라운드 최종전에서 크리스탈 팰리스를 상대했다. 런던 셀허스트파크에서 열린 경기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맨유는 이날 승리로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노렸다. 그러나 전반 37분 윌프레드 자하에게 골을 허용하는 바람에 0대1로 패했다. 유로파리그에서마저 탈락할 위기 상황.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웨스트햄이 이날 브라이튼앤호브알비온에게 1대3으로 진 덕분에 가까스로 유로파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웨스트햄이 패하지 않았다면, 맨유는 급이 낮은 유로파컨퍼런스리그로 가는 상황이었다.
하필 이 모든 장면을 텐 하흐 차기 감독이 지켜봤다. 이날 경기까지는 랄프 랑닉 임시감독이 지휘하고, 이후부터는 텐 하흐의 시대가 열린다. 텐 하흐 감독은 현재 맨유 선수들의 수준을 보기 위해 최종전이 열리는 셀허스트파크에 나타났다.
하지만 처참한 팀워크와 수준 떨어지는 경기력을 목격해야 했다. 텐 하흐 감독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이를 악물기도 했다. 자신이 맡게 될 팀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듯한 표정도 지었다. 험난한 앞날이 펼쳐질까봐 걱정하는 눈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