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안 보인다.
KIA 팬들은 2~3년 전만해도 좌익수에 대한 걱정을 할 일이 없었다. 'FA 통산 147억원 사나이' 최형우가 2017년에 입단한 뒤 3년간 꾸준히 주전 좌익수로 나서면서 리그 최상위권의 생산력을 발휘했다.
최형우가 전임 감독이 부임한 2020년부터 붙박이 지명타자로 돌아서면서 나지완이 좌익수로 나가는 비중이 높아졌다. 두 사람이 좌익수를 맡으면서 특별히 좋았던 시기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시기도 분명히 있었다. 어쨌든 두 사람은 좌익수로서 팀 공격의 무게감을 떠받친 중요한 조각들이었다.
그러나 나지완이 작년부터 부상과 부진으로 최악의 시기에 접어들면서 타이거즈 왼쪽 외야는 전쟁터가 됐다. 아직까지 누구도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여러 선수가 주전에 도전장을 던졌다. 개막전 주전 좌익수 주인공은 '제2의 이승엽' 김석환이었다.
김석환은 1군 경험이 부족한 약점을 노출했다. 1군 투수들의 수준 높은 투구에 대응하지 못해 5월 시작과 함께 2군행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5월 시작과 함께 이우성을 거쳐, 최근에는 이창진이 주전 좌익수로 나선다. 김석환은 다시 1군에 올라와 백업으로 대기한다이우성은 5월 타율 0.262 1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8일 대전 한화전부터 13일 잠실 LG전까지 5경기 연속안타를 치는 등 나름대로 임팩트를 뽐냈다. 그러나 이후 다시 사이클이 하락하면서 이창진의 등장을 막지 못했다.
이창진은 최근 10경기서 타율 0.529 3홈런 5타점이다. 최근 5경기 연속안타에 22일 광주 NC전서 홈런 두 방 포함 3안타 4타점으로 생애 최고의 날을 보냈다. 당분간 KIA 왼쪽 외야는 이창진이 맡을 듯하다.
경쟁은 프로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경쟁을 통해 해당 후보군들의 전체적인 기량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끝없는 경쟁만큼 프로에서 고무적인 것도 없다. 특히 이우성과 이창진은 힘 있는 타격을 할 수 있는 우타 외야수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 김석환은 좌타자라서 짜임새 측면에서 괜찮다.
다만, 장기레이스에서 확실한 주전 없이 구간별 컨디션, 상대전적 등에 의존해 계속 주전이 바뀌면 위압감 측면에서 살짝 부족할 수 있다. 어쨌든 주전들이 각 포지션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백업들과의 역할 분담이 확실하게 되는 게 생산력 측면에서 이상적이라는 의견도 많다. 끝없는 경쟁이 자칫 단 한 명의 업그레이드로도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KIA 좌익수 경쟁은 1~2년 뒤 어떤 평가를 받을까. 최형우 이후 무게감 있는 주전을 가질 수 있을까. 오늘도 이창진, 이우성, 김석환은 구슬땀을 흘린다. 반짝 활약보다 영양가 높은 일관성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