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선수들은 자유계약(FA) 신분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즌에는 물불 가리지 않고 뛴다. 무리하게 던지고, 무리하게 치고, 무리하게 달린다. 아파도 아프지 않다고 우긴다. ‘대박’을 노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대로 초대형 계약을 체결하면, 갑자기 부진에 빠진다. 그리고는 아프다고 한다. 구단들은 이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속는다. 일종의 도박인 셈이다.
그렇게 해서 피해를 본 구단들이 부지기수다. 텍사스가 그 중 하나다. 박찬호, 추신수, 세미엔 등과 초대형 정기 계약을 했다가 낭패를 봤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메이저리그 빅마켓이 아니다. 그렇다고 스몰마켓도 아니다. 중간 수준이다. 그래서 텍사스 레인저스처럼 큰돈을 한 번에 다 투자할 수 없다,
올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는 자유계약 신분이 된 팀의 주축 선수 3명을 잔류시키지 못했다. 로비 레이는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고, 로테이션의 한 축을 훌륭하게 담당했던 스티브 마츠도 좀더 대우를 잘해줄 곳을 찾고 있었다. 45개의 홈런을 친 마커스 세미언은 아예 잡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결국, 레이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5년 1억15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마츠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4년 4400만 달러를 받겠다며 토론토를 떠났다. 세미엔은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7500만 달러라는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올 시즌 약속이나 한 듯 소속 팀에 해를 끼치고 있다.
베이스볼레퍼런스에 따르면, 레이의 지금까지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마이너스 0.1이다. 9경기에서 4승 4패, 평균자책점 4.47을 기록했다. 사이영상 수상자답지 않은 투구 내용을 보이고 있다.
마츠의 WAR도 마이너스 0.6이다. 9경기에서 3승 3패, 평균자첵점 6.03을 기록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부상자 명단에 올라 세인트루이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김광현 대신 마츠를 영입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것이다.
세미엔은 지난 시즌 토론토에서 무려 45개의 홈런을 쳤다. 그러나 올 시즌 한 달 반 동안 단 1개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했다, 타율은 1할대로 허덕이고 있다.
토론토는 이들 대신 케빈 가우스먼과 키쿠치 유세이를 영입, 레이와 마츠의 공백을 잘 메우고 있다. 레이, 마츠, 세미언이 올 시즌에도 토론토에서 뛰고 있다면, 토론토는 지금 동부지구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을 것이다.
토론토의 판단이 옳았던 이유다, 지금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