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캡틴’이 쓰러졌다. 오른쪽 허벅지 햄스트링을 다쳤다. 타격으로 이렇다 할 도움을 주지 못해 몸을 사리지 않은 탓이다. 대주자로 그라운드에 들어선 불혹의 선배의 안타까운 시선을 뒤로하고 구급차로 후송됐다.
통산 다섯 번째 통합우승에 도전 중인 SSG가 암초를 만났다. 4번타자가 경기 도중 부상해 라인업에서 빠졌다. ‘캡틴’ 한유섬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한유섬은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과 한국시리즈(KS) 6차전에 4번타자 우익수로 선발출장했다. 홈런 한 방을 뽑아냈지만, KS 5차전까지 18타수 3안타 타율 0.167 빈타에 허덕였다. SSG 김원형 감독은 “이런 큰 경기에서 4번타자 중책을 맡으면 누구라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팀 주장으로서 선수단을 끌어가는 역할까지 하고 있어, 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전에서 4번타자는 결정적일 때 딱 한 번만 해주면 된다. 그럴 때가 올 것”이라고 신뢰를 드러냈다.저조한 타격을 수비에서 만회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마운드에 선 윌머 폰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한유섬의 ‘허슬’이 도드라진 것은 두 점을 빼앗긴 3회초. 1사 후 이정후의 타구가 큰 포물선을 그리며 우측으로 휘었다. 살짝 뒤로 물러나 위치를 잡은 한유섬은 타구가 떠오르자 전력 질주했다. 우측 파울지역 워닝트랙까지 속도를 늦추지 않은 한유섬은 풀쩍 뛰어 타구를 걷어냈다. 펜스에 부딪혀 넘어졌지만, 공이 글러브 끝에 걸렸다.
3회초 시작과 동시에 김혜성에게 우전안타, 임지열에게 우월 2점 홈런을 맞고 아쉬운 표정을 드러낸 폰트에게 ‘괜찮다’는 메시지를 허슬 플레이로 보낸 셈이다.그리고 맞이한 3회말 두 번째 타석. 2사 2,3루 동점 기회였다. 타일러 애플러가 던진 낮은 체인지업을 잡아 당겼는데, 1루수 앞으로 크게 바운드돼 굴러갔다. 이날 처음 1루수로 선발출장한 전병우가 넘어지며 잡아 달려오는 애플러에게 토스했다. 기회가 무위로 끝나려는 순간. 전병우의 손을 떠난 공이 애플러의 키를 넘어 홈쪽으로 굴렀다.
타격과 동시에 스타트한 3루주자 추신수는 걸어서, 최지훈은 쏜살처럼 달려 홈에 미끄러져 들어왔다. 동점을 확인한 한유섬은 1루에서 포효했다. 이어 후안 라가레스가 중전안타를 만들었는데, 2루를 지나 3루로 달리던 한유섬은 우측 허벅지를 부여잡고도 끝까지 달려 슬라이딩했다. 그리고 쓰러졌다.트레이너와 코치들이 달려나와 상태를 확인했지만, 스스로 일어서지 못했다. 구급차에 실려 후송됐고, 정밀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SSG는 4회초 수비부터 대주자로 나선 김강민이 중견수로, 최지훈이 우익수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