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전쟁'에서 '함대(스페인)'와 '전차(독일)'가 명경기를 연출했다. 독일은 일본전의 악몽을 씻는 뚝심 있는 경기력으로 그들이 왜 '전차군단'인지 입증했다.
28일(이하 한국 시각) 새벽 4시, 카타르 알 코르에 위치한 알 베이트 스타디움에서 2022 FIFA(국제축구연맹) 카타르 월드컵 E조 2라운드 스페인-독일전이 킥오프했다. 경기 결과는 1-1이었다. 스페인의 알바로 모라타가 후반 17분 선제골을 넣었으나, 독일의 니클라스 퓔크루그가 후반 38분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뜨렸다.
전반전은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서로가 서로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기 위해 세심한 플레이를 추구했고, 그 과정에서 알 베이트 스타디움에 모인 관중들이 경탄할 만한 장면이 더러 연출됐다.
레온 고레츠카에서 세르쥬 그나브리로 떨어지는 독일의 공격 작업, 세르쥬 그나브리의 개인 역량, 스페인 수비 틈바구니가 보이지 않자 냅다 날리는 안토니오 뤼디거의 슛, 페란 토레스를 향하는 스페인의 빌드업과 다니 올모의 스피드가 경기장을 수놓았다. 아울러 전광판에 오프사이드 및 비디오 판독이 뜰 때마다 희비가 엇갈리는 양팀 관중들의 함성도 눈길을 끌었다. 전반전엔 독일의 틸로 케러와 스페인의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각각 한 장씩 경고를 받았다.
후반전, 루이스 엔리케 스페인 감독과 한지디터 플리크 독일 감독은 교체 카드 없이 그대로 게임에 돌입했다. 아직까지는 변주를 줄 타이밍이 아니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먼저 승부수를 띄운 건 스페인이었다. 후반 9분경, 페란 토레스를 대신해 제공권이 강력한 알바로 모라타가 그라운드를 밟았다.
후반 11분, 우나이 시몬 스페인 골키퍼가 선방을 보였다. 스페인은 후방 빌드업 과정 중 독일의 압박에 볼을 빼앗겼는데, 그게 독일 조슈아 키미히의 슛 찬스로 연결됐다. 볼은 위협적으로 날아갔는데, 우나이 시몬이 몸을 던져 막아냈다.
후반 중반까지 양팀은 수준급 축구를 유지했다.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속도감 있게 볼을 회전하며 상대의 골문을 겨냥했다. 0의 균형은 쉽게 무너지질 않았다. 우승후보 두 팀의 대결이다 보니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렇다고 경기가 잔잔한 건 아니었다. 스페인과 독일의 끊임없는 수 싸움이 계속됐다. 가장 높은 수준의 축구가 선사하는 미학이었다.
후반 17분, 마침내 균형이 깨졌다. 스페인 사령탑의 수가 적중했다. 교체 자원 알바로 모라타가 마누엘 노이어가 지키는 독일의 골문을 열었다. 호르디 알바가 낮게 깔리는 크로스를 문 앞으로 붙였고, 알바로 모라타는 쇄도하며 감각적으로 오른발을 댔다. 골이었다. 독일의 센터백 니클라스 쥘레가 막아보려 했지만, 알바로 모라타의 터치는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깔끔하고 완벽했다.
승기를 잡은 스페인은 피치에 한 번 더 에너지를 주입했다. 마르코 아센시오와 가비를 대신해 니코 윌리엄스와 코케를 넣었다. 반드시 경기를 뒤집어야 하는 독일은 있는 대로 교체 카드를 발동했다. 일카이 귄도안·틸로 케러·토마스 뮐러를 대신해, 르로이 사네·루카스 클로스터만·니클라스 퓔크루크가 들어왔다.
후반 28분엔 독일에 큰 찬스가 찾아왔다. 자말 무시알라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며 잘 빠져 들어갔다. 그라나 자말 무시알라는 패스가 아닌 슛을 택했고, 우나이 시몬에게 막혀버렸다. 이렇게 경기가 끝난다면 독일로서는 한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독일은 독일이었다. 후반 38분, 기어코 독일이 스페인의 골망을 갈랐다. 우 측면을 통과한 볼이 자말 무시알라를 거쳐 니클라스 퓔크루그에게 연결됐고, 니클라스 퓔크루그는 힘이 잔뜩 실린 슛으로 우나이 시몬이 지키는 스페인에 드디어 균열을 냈다.
다시 스코어가 균형을 맞추자, 독일은 한 번 더 전방의 동력을 강화했다. 세르쥬 그나브리를 빼고 요나스 호프만을 넣어 속도를 보강했다. 경기 막바지, 체력이 빠진 스페인의 배후 공간을 흔들기 위한 벤치의 전략인 듯했다.
막판까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던 둘은 1-1로 경기를 마감했다. 독일은 일본적 충격패를 극복하고 다음 경기로 생존 희망을 이어갔으며, 스페인은 독일이라는 강적을 맞아 비기며 16강에 더욱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