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윗선 개입 및 감독 경질’ 논란에 따른 비판이 사그라지지 않자 “‘경기운영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권순찬 전 감독 경질 이후 8일 만이다. 하지만 선수들도 인정했던 윗선의 ‘선수기용’ 개입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신임 감독 공식발표 나흘 만에 이를 번복하면서 입길에 올랐다.
흥국생명은 10일 “구단의 경기운영 개입 논란, 감독 사퇴와 갑작스러운 교체로 배구와 핑크스파이더스를 아껴주신 팬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선수들과 코치진에게도 머리 숙여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지난 2일 흥국생명은 구단 윗선의 선수기용 개입과 이를 거부한 감독을 경질하는 등 일련의 사태로 비판받았다.
구단은 “최근 사태는 배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경기운영 개입이라는 그릇된 방향으로 표현된 결과로, 용납될 수도 없고 되풀이돼서도 안 될 일”이라며 “경기운영에 대한 구단의 개입을 철저히 봉쇄하고 감독의 고유 권한을 전적으로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개입’을 부인했던 신용준 신임 단장의 발언과 배치된다. 또 지난 2일 감독과 단장을 돌연 교체하며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헤어지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것과도 거리가 있다. 흥국생명은 “구단의 의지가 단순 구두에 그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경기운영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배구단 문화를 재정립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따로 밝히지 않았다.
사과문에는 선수 기용 문제에 대한 해명도 없었다. 앞서 구단은 선수 기용의 문제가 아니라 로테이션 등 운영에서 갈등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선수들은 김여일 전 단장 체제에서 윗선의 선수기용 개입 시도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김연경은 “기용에 대해 얘기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원하는 대로 경기하다가 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구단이 지난 6일 새 사령탑으로 발표했던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도 감독직을 고사했다. 김 감독은 “배구계 안팎에서 신뢰를 받아도 어려운 자리가 감독직인데, 여러 가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현 상황이 부담”이라며 “지금 감독직을 수행하는 것이 그동안 노력해 준 선수단과 배구 관계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사유를 밝혔다. 구단은 “김 감독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당분간은 김대경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이후 이날까지 불과 열흘도 안돼 감독 경질에 이어 감독대행 사퇴, 신임 감독 고사, 새 감독대행 임명이라는 극심한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에 에이스 김연경을 비롯한 선수단의 사기 저하가 우려된다.
한편 흥국생명은 1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현대건설과 4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현대건설이 18승 2패(승점 51)로 1위, 흥국생명이 16승 4패(승점 47)로 2위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