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10개 구단이 연봉 협상을 완료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하나의 방법인 연봉중재신청을 한 선수는 없었다. 여전히 신청은 부담이 되는 제도임이 드러나고 있다.
연봉중재신청 마감일은 매년 1월 10일 오후 6시다. 여기서 신청을 하는 선수가 있으면 1월 15일 오후 6시까지 선수 측과 구단 측이 연봉 산정 기준 등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각계 인사로 구성되는 중재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준다.
근래 들어 연봉중재신청은 거의 없었고, 그나마 최근 5년 사이는 2021년 주권(kt)이 유일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아직 협상을 끝내지 못한 구단들이 대다수고, 여기에 일부는 거물급 선수들과 팽팽한 평행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에이전시와 함께 대거 연봉중재를 신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 지방 A구단은 핵심 선수들과 연봉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고 있고, 지방 B구단은 아직도 미계약자들이 상당히 많은 편에 속한다. 수도권 C구단 또한 국가대표급 선수와 협상이 덜 됐다. 일각에서 "연봉중재신청이 1~2명이 아닌, 그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 이유다.
구단의 승률이 절대적이기는 하지만 시대는 조금 바뀌었다. 예전에는 구단 측의 자료가 선수 측의 자료보다 월등했다. 양과 질 모두 그랬다. 선수가 들고 온 자료는 말 그대로 기초적이었다. 구단을 이길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에이전시가 직접 자료를 수집하는 등 선수가 할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더 전문적인 논리 수립도 가능했다. 2021년 주권이 그렇게 이겼다.
이 때문에 올해도 연봉중재를 각오한 에이전시들이 상당히 많았다는 후문이다. 예전처럼 연봉중재신청이 구단의 괘씸죄를 부를 만한 사안은 아닌 만큼 선택지가 될 수 있었다. 여론도 "선수들의 권리 중 하나"라고 옹호해주는 분위기다. 그러나 막상 선수들은 아니었다. 여전히 이 제도까지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수도권 D구단 소속으로 구단 제시액에 만족하지 못했던 몇몇 선수들은 연봉중재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구단 제시액에 도장을 찍는 선에서 후퇴했다. 수도권 E구단 소속 핵심 투수 또한 에이전시에서는 연봉중재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수가 부담스러워했고, 중재를 신청하지 않은 채 남은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런 선수들이 꽤 많았다.
다만 중재신청의 포기가 순탄한 협상 예고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구단은 자체 고과 시스템에 의해 찍혀 나온 금액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다. 누구는 고과대로, 누구는 고과보다 더 많이 주면 형평성 논란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까지 온 이상 앞서 도장을 찍은 선수들을 고려해 극적인 양보는 있을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선이다.
예전에는 캠프가 1월 15일 시작됐지만, 지금은 비활동기간 준수로 2월 1일부터 캠프가 시작된다. 구단이나 선수나 아직은 시간이 있다는 판단을 내릴 법하다. 주축 선수들의 경우 캠프 명단에서 제외될 확률은 적으니 에이전시에 협상을 위임하고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