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사기극이다. 4시즌 동안 고작 3,736분을 뛴 에당 아자르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다.
레알이 아자르와의 이별을 결정했다. 레알은 4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자르는 2023년 6월 30일에 구단을 떠나기로 합의했다. 레알은 아자르에게 애정을 표현하고 싶고, 그의 경력 다음 단계에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라고 발표했다.
결국 방출됐다. 아자르는 첼시 시절 티에리 앙리를 뒤이을 '프리미어리그(EPL)의 왕'에 걸맞는 선수로 평가받았다. 2012-13시즌 첼시에 입성해 유려한 드리블과 뛰어난 축구 센스로 352경기 110골 92도움을 적립하며 첼시와 EPL을 대표하는 크랙으로 자리매김했었다.
지네딘 지단 감독이 갈망하던 선수이기도 했다. 지단 감독은 2016년 레알에 처음 부임한 이래 꾸준히 아자르의 영입을 구단에 건의해왔다. 처음에는 바람이 이뤄지지 않았으나 2019년 레알 2기 시절 마침내 아자르를 품에 안으며 꿈을 이뤄냈다.
세기의 이적이었다. 첼시에서의 마지막 시즌 팀에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을 안긴 아자르는 2019년 여름 1억 1,500만 유로(약 1,613억 원)까지 친정팀에 남기고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입성했다. 당시만 해도 아자르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빈자리를 넉넉히 메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팬들의 기대는 곧 배신감으로 변했다. 아자르는 레알에 들어오자마자 체중 관리 실패와 햄스트링 부상 여파 등으로 부진한 출발을 알렸다.
그나마도 그것이 레알에서의 '커리어 하이'였다. 2019-20시즌 초반 1골 4도움을 기록하던 아자르는 발에 미세한 골절을 입은 후로는 완전히 추락했다. 첫 시즌에만 부상으로 24경기를 날린 아자르는 4시즌 동안 총 78경기를 부상병동에서 보내는 진기록을 남겼다.
레알에서는 후보로도 쓰이지 않는 신세가 됐다. 이번 시즌 아자르는 고작 10번의 경기에 나섰는데, 이 중 단 4번만 선발로 나섰고 그마저도 비중이 크지 않은 경기들뿐이었다. 아자르가 벤치에 머무른 경기가 총 42경기임을 감안하면 그의 위상이 얼마나 추락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자르의 총 출전 시간은 그의 부진을 실감케 한다. 32세의 아자르는 4시즌 동안 총 3,736분을 뛰었다. 그보다 1살 많은 토니 크로스는 올 시즌에만 3,723분을 출장했다. 이번 시즌 레알에는 아자르의 4시즌보다 많이 뛴 선수가 무려 6명(비니시우스 주니오르, 페데리코 발베르데, 티보 쿠르투아, 에데르 밀리탕, 호드리구, 안토니오 뤼디거)이나 있다.
레알 입장에서도 막대한 손해다. 레알은 아자르를 위해 이적료로만 경기당 21억을 투자했다. 득점당으로 환산하면 무려 230억이다. 이것도 주급 등을 제외한 순수 기본 이적료만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손실은 더욱 막심하다.
1년이라도 아자르를 일찍 내보낸 이유가 있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 기자에 따르면, 레알은 아자르와 상호 해지에 합의하면서 총 700만 유로(약 98억 원)를 아낄 수 있었다. 아자르가 남은 기간 자신의 주급을 포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편 아자르는 선수 생활의 기로에 놓여있다. 현재 첼시 복귀를 포함해 다른 클럽들과의 이적설이 나고 있는 아자르는 은퇴 또한 선택지로 고려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아자르가 선수 생활을 완전히 접는다면, 한때 전설이 될 수 있었던 사나이는 그대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