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2회 연속 4강에 올랐다.
U-20 축구 국가대표팀은 5일 아르헨티나 산티아고델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2023 U-20 월드컵 8강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1-0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연장 전반 5분 상대 골문을 작살처럼 뚫고 들어간 최석현의 헤더 슛으로 선제골을 낚았고 심판이 경기 종료 휘슬을 불 때까지 한 점을 잘 지켰다.
이로써 한국은 대회 통산 세 번째이자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한 2019년 폴란드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파이널 포’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1983년 멕시코 대회 때 처음 4강 무대를 밟았다. U-20 월드컵은 2년에 한 번 열려 왔는데 2021년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개최되지 않았다. 이번 U-20 대표팀의 준결승 진출로 한국 남자 축구는 FIFA 주관 대회 통산 5번째 4강 진출을 달성했다.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위,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3위를 했다.
21명으로 구성된 올해 U-20 대표팀 선수들은 이번 대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일명 ‘골짜기 세대’로 불리며 주목받지 못했다. 2017년 한국 대회 때의 이승우(수원FC) 백승호(전북)나 2019년 대회 때의 이강인(마요르카) 같은 스타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21명 중 17명이 국내 프로축구 K리거인데 소속 팀에서 주전급으로 뛰는 선수는 공격수 배준호(대전) 정도다. 대학생 선수가 2명, 포르투갈 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 팀 소속 선수가 각각 1명이다.
이런 이유로 이번 대회 성적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았다. ‘잘하면 16강’ ‘아주 잘하면 8강’ 정도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대표팀은 이번 대회 첫 경기인 조별리그 1차전부터 우승 후보 프랑스를 2-1로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반란의 시작을 알렸다.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1승 2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는데 한국이 U-20 월드컵에서 무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건 처음이다. 이번 대회 4강 진출국 중에서도 조별리그 무패 팀은 한국뿐이다.
김은중 U-20 대표팀 감독(44)은 나이지리아전을 앞두고 “우리 선수들이 저평가돼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전 승리 후에도 “우리 팀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았다”며 “선수들이 정말 대단하고 앞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가 될 것 같아 고맙고 대단하다”고 했다.
‘골짜기 세대’의 반란을 앞장서 이끌고 있는 선수는 주장 이승원(강원)이다. 이승원은 U-20 대표팀에 선발되기 전까지 연령별 대표팀에 뽑힌 적이 없다. 지난해 1월 U-20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의 눈에 들어 대표팀에 처음 승선했다. 이승원은 소속 팀 강원에서 K리그1(1부 리그) 경기에 출전한 적이 없다. 강원B팀이 나서는 K4(4부 리그)에서만 뛰었다. 하지만 U-20 월드컵에선 날아올랐다. 8강전까지 5경기에서 공격포인트 5개(1골 4도움)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한국의 8골 중 5골이 이승원의 발끝을 거쳐 나왔다. 이승원은 공격포인트 1개를 더 보태면 2019년 대회에서 공격포인트 6개(2골 4도움)를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상에 해당하는 골든볼을 받은 이강인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한국은 9일 이탈리아와 4강전을 치른다. 이탈리아는 대회 3연속 4강 진출 팀이다. 한국의 8강 상대였던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에서 0-2로 패했지만 우승 후보 브라질을 3-2로 꺾었다. 16강에선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2-1로 눌렀다. 대표팀이 이탈리아를 물리치고 결승에 오르면 한국 남자 축구는 FIFA 주관 대회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하는 기회를 잡게 된다. 한국 여자 축구는 2010년 U-17 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른 적이 있다. 한국이 준우승을 한 2019년 U-20 월드컵 당시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정정용 김천 감독(54)은 “지금 대표팀이 4년 전 우리 팀보다 경기력이 더 낫다. 4강을 넘어 결승까지도 충분히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