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인터넷과 다르다"라던 카림 벤제마는 불과 3일 만에 인터넷의 말대로 사우디아라비아행을 확정지었다.
최근 벤제마의 사우디행을 예상하는 보도들이 쏟아져나왔다.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글로벌 매체 'ESPN', 이탈리아 '디 마르지오', 스페인 '렐레보' 등 공신력이 준수한 매체에서 일제히 "벤제마는 이번 달 계약이 만료되면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사우디 알 이티하드에 합류할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벤제마였기에 그 충격이 컸다. 벤제마는 2009년 레알에 합류한 이래 매 시즌 발전하는 기량을 보여줬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가레스 베일과 함께 전설적인 'BBC 라인'을 결성해 2013-1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등 레알을 유럽의 왕좌에 되돌려놓기도 했다.
호날두와 베일이 떠나도 벤제마는 남았다. 특히 2018년 호날두가 떠난 이후로는 레알의 실질적인 공격 에이스로 뛰었고, 지난 시즌에는 34세의 나이로 '커리어 하이'를 갱신하며 라리가 득점왕과 빅이어를 차지한 것은 물론 선수 최고의 영예로 불리는 발롱도르에 선정되는 희열도 맛봤다.이번 시즌에는 다소 주춤했다. 잔부상이 그를 괴롭혔고 득점에서의 꾸준함도 후반기를 기점으로 사라졌다. 그럼에도 바르셀로나와의 코파 델 레이 4강 2차전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리는 등 중요한 순간 해결사로 나타나며 자신의 클래스가 여전함을 증명하기도 했다.
유럽에서의 경쟁력은 충분했다. 벤제마 또한 자신이 레알에 남을 것이라고 천명했었다. 그는 2일 스페인 '마르카'가 전 세계 최고의 스포츠인에게 주는 '마르카 레옌다'를 수상하며 "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나? 나는 레알에 있다. 현실은 그들이 인터넷에서 말하는 것과 다르다"라며 잔류에 무게를 둔 발언을 했다.
이에 '마르카' 역시 "벤제마는 잔류한다. 양측이 오랫동안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벤제마는 레알과 합의한 남은 계약 기간을 이행할 것이다"라며 벤제마와 레알의 계속되는 동행을 예측했었다.그러나 벤제마는 떠났다. 레알은 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의 주장 벤제마는 레알에서 그의 훌륭하고 잊을 수 없는 시간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레알은 이미 우리의 가장 위대한 전설 중 하나인 선수에게 감사와 애정을 보여주고 싶다"라며 결별을 발표했다.
마지막 자축포도 쐈다. 벤제마는 5일 치러진 아틀레틱 빌바오와의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27분 페널티킥으로 골망을 가르며 레알에서의 득점 기록을 354골로 마무리했다.이제는 사우디로 간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 기자는 5일 시그니처 문구인 'HERE WE GO'와 함께 "벤제마는 사우디 알 이티하드의 새로운 선수가 되기 위해 문서의 주요 부분에 서명했다. 계약은 2025년까지 유효하며, 연장 옵션도 포함됐다"라고 전했다.
이적은 6일 이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레알은 6일 벤제마에게 경의를 표하고 작별 인사를 건네는 기관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로마노 기자 역시 "벤제마는 마드리드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 후 사우디로 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벤제마는 불과 3일 전 "현실은 인터넷과 다르다"라며 자신의 사우디행을 간접적으로 부인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이틀 뒤 레알과의 이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그 다음 날 사우디행 이적이 사실상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