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를 앞두고 기적적으로 부활했다. 토미 존 수술과 재활을 거쳐 444일 만에 승리투수가 된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또 한 번의 인간 승리와 함께 예비 FA로서 주가도 높였다.
류현진은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5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토론토의 11-4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첫 승으로 토미 존 수술 전이었던 지난해 5월27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444일 만에 승리투수가 되는 감격을 누렸다.
지난해 6월 30대 중반의 적잖은 나이에 4번째로 수술대에 오를 때만 해도 류현진의 야구 인생은 그대로 끝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재기 확률 7%에 불과했던 어깨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한 뒤 메이저리그 사이영상 2위 투수가 된 것처럼 이번에도 류현진은 오뚝이처럼 일어섰다.“FA 앞둔 류현진의 완벽한 복귀, 토론토가 필요로 하던 것” 토론토 언론
이날 경기 후 캐나다 매체 ‘토론토 스타’는 ‘류현진이 토론토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정확하게 제공하고 있다’는 제목하에 ‘올 시즌을 시작할 때 류현진이 토론토에서 의미 있는 활약을 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지난해 팔꿈치 부상으로 올스타 휴식기 이후까지 결장할 예정이었다. 사이영상 최종 후보에 두 번 올랐던 투수이지만 복귀 후 구속 저하로 녹슬 가능성이 높았다. 토미 존 수술을 받은 투수는 보통 12개월 후에 복귀하지만 18개월이 지나야 완전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올해 류현진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FA를 앞둔 류현진의 최우선 목표는 선발진에 복귀해 여전히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임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더 많이 던질수록 오프시즌에 많은 팀들이 그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36세의 그가 건재를 증명하기 위해선 최상의 컨디션을 되찾을 수 있는 이닝과 기회가 필요했지만 토론토는 오디션을 볼 시간이 없었다. 시애틀 매리너스가 와일드카드 마지막 자리를 놓고 따라붙는 상황이라 더 그랬다’며 순위 싸움 중인 토론토 팀 사정과 경기 감각 회복이 필요한 류현진의 상황이 상충되는 게 우려되는 요소였다고 했다.
복귀전이었던 지난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5이닝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4실점 패전투수가 될 때만 해도 우려를 씻지 못했다. 하지만 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서 타구에 무릎을 맞아 교체되기 전까지 4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노히터로 반등하더니 이날 컵스전 5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무자책) 승리로 부활을 알렸다. 3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2.57.
토론토 스타는 ‘류현진의 복귀가 다소 어수선해질 수 있는 시나리오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완벽하게 진행되고 있다. 알렉 마노아의 계속된 부진으로 빈자리가 생겼고, 류현진은 기대 이상 투구로 보답하고 있다. 구속이 떨어지고, 구위도 아직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았지만 컵스 타선을 5이닝 2실점으로 막으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부상 전 모습 그대로, 그 나이에 쉽지 않은 것을 쉽게 한다” 토론토 감독
이날 류현진은 총 86개의 공을 던졌는데 포심 패스트볼(40개), 체인지업(24개), 커터(12개), 커브(10개) 4가지 구종을 구사했다.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최고 91.1마일(146.6km), 평균 88.4마일(142.3km)로 빠르지 않았지만 하드히트를 2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안정된 커맨드와 주무기 체인지업, 커브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1회 수비 실책으로 인해 비자책점 2실점이 전부로 5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컵스 강타선을 봉쇄했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경기 후 류현진에 대해 “정말 놀랍다. 한순간도 주저하지 않고 상대의 강한 타구를 억제했다. 부상 전에 했던 모든 것을 복귀 후 3경기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 나이에 이렇게 하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쉬운 일이 아닌데 정말 쉬워 보이게 한다”며 “최고 구속 91마일을 몇 개 던졌는데 류현진은 자신의 구위가 어떤지 알고 각각의 구종을 배합시키는 방법을 안다. 앞으로 계속 등판하면서 구속이 좀 더 올라오면 더 대단해질 것이다. 그는 던지는 법을 정말 잘 안다”고 칭찬했다.
류현진도 “솔직히 정말 기쁘다. 수술 이후 내가 줄곧 바라던 것이다. 개인적인 승리도 좋지만 팀 승리에 도움된 것이 좋다”고 기뻐하며 “재활 과정부터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됐다. 모든 구종이 원하는 대로 제구가 잘 되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고 자신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을 끝으로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 FA 계약이 끝난다. 남은 시즌 끝까지 지금 페이스를 어느 정도 잘 유지하면 FA 시장에서도 충분히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36세의 나이로 인해 대형 장기 계약은 어려워도 검증된 선발투수에 대한 수요는 늘 끊이지 않는다. 절묘한 시기에 부활한 류현진이 또 한 번 FA 계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