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완벽한 제구력과 완급 조절을 앞세워 복귀 후 두 번째 승리를 거뒀다. 토론토 구단은 공식 소셜미디어에 한국어로 “류현진 폼 미쳤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승리를 축하했다.
류현진은 21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비자책점)으로 호투했다. 그는 팀이 9-2로 앞선 6회 교체됐고, 토론토가 10-3으로 승리하면서 시즌 2승(1패)째를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2.57에서 1.89로 낮아졌다.
지난해 6월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류현진은 지난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1년 2개월 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결과는 5이닝 4실점 패전 투수. 두 번째 등판인 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선 4회까지 노히트노런으로 호투하다 타구에 맞아 중도 교체됐다.그러나 지난 14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5이닝 2실점(비자책점) 역투로 복귀 후 첫 승리를 신고했고, 이날도 자책점 없이 잘 던져 14이닝 연속 무자책점 행진을 이어갔다. 2회 말 내야진의 두 차례 송구 실책과 실책성 플레이가 이어졌지만, 침착하게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류현진이 한 경기에서 삼진 7개 이상을 잡은 건 2021년 10월 4일 볼티모어전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이날 류현진의 직구 시속은 최고 144㎞에 그쳤다. 평균 구속은 141㎞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속 100㎞대의 느린 커브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으면서 신시내티 타선을 가볍게 요리했다. 특히 5회 말 2사 1·2루에서 ‘괴물 신인’ 엘리 데 라 크루즈에게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는 몸쪽 커브를 던져 루킹 삼진을 잡아낸 장면은 이날 투구의 백미였다. 류현진과 맞붙은 신시내티 선발 투수 헌터 그린은 최고 시속 161㎞의 광속구를 뿌리고도 3이닝 10피안타(5피홈런) 9실점으로 난타당해 일찌감치 판정패했다.
MLB닷컴은 “류현진은 다른 투수들처럼 빠른 공을 던지지 않는다. 보는 사람의 감탄사를 유발하는 구종을 던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는 정말 똑똑한 투수”라며 “타자의 스윙과 의도를 누구보다 잘 꿰뚫어 본다. 경험이 많지 않은 타자나 공격적인 성향의 타자에게 류현진은 무척 위협적인 존재”라고 평가했다. MLB닷컴은 또 “신시내티전은 가장 좋았을 때의 류현진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예상보다 더 빠르고, 더 강력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류현진은 경기 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대 타자들이 공격적으로 대응할 거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빠르게 카운트를 잡으려 했다. 그게 (생각한 대로) 잘 됐다”며 “초반에 타선이 많은 점수를 뽑아준 덕에 편하게 던졌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또 “구속은 더 올려야 하지만, 이번 경기 같은 컨트롤이라면 (앞으로도) 나쁘진 않을 것”이라며 “모든 구종의 제구가 잘 된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특히 이날 최고의 무기였던 커브에 관해선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토론토 구단은 경기 후 소셜미디어에 류현진의 투구 장면과 탈삼진 영상을 올리면서 ‘몬스터(괴물)의 마스터 클래스’라고 설명했다. 토론토 구단은 또 한글로 “류현진 폼 미쳤다”라는 문구와 함께 태극기 이모티콘을 덧붙여 돌아온 에이스의 호투를 반겼다.
캐나다 지역지 토론토 스타도 “류현진은 최근 14이닝 연속 자책점 없이 호투하고 있다”며 “보통 수술을 받은 투수들은 제구력이 가장 늦게 회복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14개월 이상 재활한 선수가 이렇게 좋은 제구력과 구위를 보여주는 게 놀라울 따름”이라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