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토트넘에 비친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다시 꺼지고 있다.
치명적인 부상으로 8개월간 수술 및 재활에 전념해야 했던 우루과이 국가대표 토트넘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소속팀 선발 복귀전에서 상대 거친 태클에 쓰러져 전반 도중 교체아웃됐기 때문이다.
그를 처음 선발로 투입한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안 그래도 미드필더 부상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벤탄쿠르까지 쓰러져 근심이 크다.
벤탄쿠르는 27일(한국시간) 잉글랜드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애스턴 빌라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홈 경기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벤탄쿠르가 선발로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에 선 것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교체투입으로 토트넘 복귀전을 치른 그는 이후 첼시전과 울버햄프턴전에서 30분 남짓 뛰면서 경기 시간을 늘려나갔다.
이어 A매치 휴식기 뒤 첫 경기인 애스턴 빌라전에서 중앙 미드필더 선발로 나서 팬들에게 기쁨을 안겼다.
벤탄쿠르는 모처럼 토트넘 셔츠를 입고 스타팅부터 나섰으나 많은 공간 패스와 볼 운반을 담당하며 공격형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이 부상으로 빠진 토트넘 중원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지오반니 로셀소와의 궁합 역시 잘 맞아 공격진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벤탄쿠르는 전반 22분 로셀소의 골이 터진 뒤 보복성에 가까운 살인 태클을 당하고 전반 도중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전반 24분 돌파 과정에서 원정팀 수비수 매티 캐시의 거친 발목 태클에 걸려 넘어진 뒤 통증을 호소한 것이다. 심판은 위험한 반칙을 가한 캐시한테 경고를 꺼냈다.
벤탄쿠르는 이후 약간의 치료를 받은 뒤 다시 경기를 뛰기 시작했지만, 전반 30분 그라운드에 결국 드러눕고 말았다. 토트넘은 황급히 벤치에 있던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를 벤탄쿠르를 대신해 그라운드에 투입했다.
천신만고 끝에 그라운드에 돌아와 이제 막 선발로 나섰기에 아픔이 클 수밖에 없다. 그는 지난 2월 레스터 시티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트리며 웃었으나 후반 15분 갑자기 무릎을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상대 공을 차단한 뒤 발을 디디는 과정에서 무릎이 뒤틀린 것이다. 고통을 참지 못해 소리를 지르며 울부짖을 정도였다.
당시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손흥민, 해리 케인 등 모든 선수가 다가와 그를 걱정했는데 진단 결과 십자인대 부상 판정을 받았다. 벤탄쿠르 본인은 어떻게든 새 시즌 앞두곤 돌아오려고 했으나 의료진은 11월 복귀를 예상했다.
의료진의 생각이 맞았다. 벤탄쿠르는 지난달부터 운동장에 돌아와 시원한 슈팅을 뻥뻥 날리며 복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어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처음으로 출전 명단에 들었다. 당시 2-1 승리로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지킨 토트넘 선수들이 이긴 뒤 그를 열렬히 환영했다. 손흥민도 그를 포옹하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후 벤탄쿠르는 첼시와 울버햄프턴전 두 경기 연속 교체 출전으로 실전 감각을 익혔고 이날 선발 출잔해 막 활약하려는 찰나에 상대의 악의적인 태클에 비명을 질렀다. 그는 32분을 뒤며 패스 성공률 86%(24/28), 터치 34회, 드리블 성공 100%(1/1), 그리고 무엇보다 공격 지역 패스를 7회나 뿌리며 공격수들을 아주 많이 도왔다.
수비에서도 벤탄쿠르의 활약은 빛났다. 태클 성공 100%(1/1), 가로채기 1회, 수비 액션 2회 지상 볼 경합 성공 100%(3/3), 피파울 1회로 수비 공헌도도 높았다. 부상이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간 셈이다. 캐시는 이전에도 거친 태클로 상대 선수를 위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랜 재활을 거쳐 그라운드에 막 복귀한 벤탄쿠르를 저격하고 말았다.
벤탄쿠르는 앞서 지난 17일 열린 2026 월드컵 남미예선 아르헨티나전에서 교체로 나와 대표팀 복귀전을 치르고 우루과이의 2-0 깜짝 승리에 힘을 보탰다. 22일 볼리비아전에선 선발 출격해 맹활약했다.
포스테코글루도 볼리비아전을 통해 이번 애스턴 빌라전 선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신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탄쿠르가 6번 역할(수비형 미드필더)과 더불어 8번 역할(박투박 미드필더)도 맡을 수 있다"고 호평을 내렸다.
이어 "우루과이 대표팀서도 6번 역할을 맡아 뛰고 있다. (우루과이 대표팀)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 아래서 뛰는 것이 능숙해 보인다"고 전했다.
벤탄쿠르가 돌아온 뒤 애스턴 빌라전에 마음 먹고 썼는데 결과는 부상이었다.
벤탄쿠르에 대한 질문을 받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근심이 가득했다. 그는 "발목을 다친 것 같다. 좋은 태클이 아니었다"라며 "그가 경기를 잘 시작했고 우리가 정말 안정적인 경기를 한 이유였다. 벤탄쿠르는 정말 창의적인 선수다. 우리가 필요했던 마지막 퍼즐이었는데 또 다른 부상으로 다가왔다. 그를 잃어 정말 실망했다. 하지만 일단 부상 정도를 확인해야 한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