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팀은 지금부터, '5번가의 기적' 꿈꾸는 KCC

38 0 0 2024-04-09 12:23: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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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CC, 압도적 3연승으로 4강행  8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프로농구(KBL) 플레이오프 부산KCC와 서울SK 경기. 99대 77로 승리하고 3연승으로 4강행을 확정지은 KCC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연합뉴스


'슈퍼팀 더비'가 부산 KCC의 완승으로 끝났다. 4월 8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KCC는 서울 SK를 97대 77로 또다시 대파했다.

이로써 KCC는 시리즈 전적 3연승을 내달리며 4강플레이오프 진출을 일찍 확정했다. KCC는 역대 6강플레이오프에서 1, 2차전 승리 팀의 4강행 확률 100%라는 법칙을 이어간 역대 24번째 팀이 됐다.
 
반면 최근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던 SK는 우승후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6강에서 완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6강에서 하위시드팀에게 3연패로 업셋 앤 스윕을 당한 것은, 2014-15시즌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인천 전자랜드(현 대구한국가스공사)에게 3연패로 탈락한 이후 9년 만에 다시 겪은 굴욕이다.
 
KCC와 SK는 올시즌 나란히 '슈퍼팀'으로 꼽히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SK는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던 우승팀 안양 정관장으로부터 국내 최고의 토종빅맨 오세근을 FA로 영입했다. 한편 SK 소속이었던 FA 최준용은 KCC로 팀을 옮겼다. 두 팀은 개막 전부터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정규시즌에서는 두 팀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KCC는 개막 전 컵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정규리그에서는 번갈아가며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며 베스트 라인업을 제대로 가동한 경기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SK 역시 오세근의 노쇠화와 부상과 김선형의 부상으로 고전하며 자밀 워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준우승) 일정까지 병행하며 고령화된 라인업의 체력적인 부담은 더 가중됐다.
 
결국 두 팀은 각각 정규리그 4위와 5위에 그치며 만날 것이라는 예상보다 이른 6강전에서 맞붙게 됐다. SK가 정규시즌 상대전적에서 4승 2패로 우위를 차지했고 홈어드밴티지까지 가져가며 다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듯 보였다.
 
하지만 의외로 결과는 KCC의 압도적인 완승이었다. 3연승을 거두는 동안 KCC는 1차전(81-63) 18점차, 2차전(99-72) 27점차, 3차전(97-77) 20점차로 평균 점수차만 21.6점에 이를 정도로 일방적인 승부였다.
 

▲ 정창영·에피스톨라 '우리가 4강' 8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프로농구(KBL) 플레이오프 부산KCC와 서울SK 경기. 99대 77로 승리하고 3연승으로 4강행을 확정지은 KCC 정창영과 에피스톨라가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2024.4.8
ⓒ 연합뉴스


 
이색적인 기록들도 쏟아졌다. 내용상 그나마 유일하게 접전이 펼쳐진 2차전도 KCC가 4쿼터에만 무려 32-8도 앞서나가며 '역대 플레이오프 한쿼터 최다점수차(24점)' 신기록을 세웠다. 마지막 3차전에서는 전반(61-34)에만 이미 27점차까지 벌어지며 일찍 승부가 기울었다. 특히 KCC가 3차전 2쿼터에만 기록한 40점은 '역대 플레이오프 한 쿼터 최다득점' 기록이이었다. 승리한 KCC조차도 이 정도로 퍼펙트한 완승을 거둘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KCC의 플레이오프 반전 비결은, 주축 선수들의 '완전체' 복귀와 팀컬러의 변화다. KCC는 허웅, 최준용, 송교창, 이승현, 라건아 등 화려한 멤버를 갖췄음에도 정규시즌에는 조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송교창과 최준용이 부상에서 돌아왔고, 전창진 감독이 선수들의 요청을 수용하며 정규시즌 막바지에 어설픈 수비농구 대신 얼리오펜스와 빅포워드 중심의 농구로 변화를 택한 것이 적중했다.
 
KCC는 정규시즌 88.6득점으로 원주 DB(89.9점)에 이어 2위를 기록했으나 6라운드만 놓고 보면 무려 98.4점을 쏟아부으며 전체 1위를 기록했다. SK와의 6강플레이오프 3경기에서도 91.3점을 몰아쳤다. 3점슛은 총 35개를 성공시켰고 적중률은 무려 42.1%(35/83)에 이르렀다.
 
내용 면에서 여러 스타급 선수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고르게 활약해줬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라건아(평균 19.3점, 11리바운드)와 허웅(16.6점)의 원투펀치가 기복없이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송교창-알리제 존슨-정창영 등 나오는 선수들마다 제몫을 해줬다.
 
또한 정규시즌에는 활용도가 거의 없었던 켈빈 에피스톨라의 출전시간이 늘어나며 KCC의 약점이던 앞선의 활동량과 수비력이 보강됐다. 포워드 최준용은 3차전에서 24점을 터뜨리며 자신을 버린 친정팀에 탈락을 확정짓는 마지막 비수를 꽂았다. 주전 파워포워드 이승현이 부상으로 3차전에서 결장하는 악재가 있었음에도 빈 자리가 전혀 티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반면 SK는 에이스 워니에게만 의존하는 '몰빵농구'의 한계를 드러냈다. 워니는 1, 2차전에서 KCC 포워드의 높이에 막혀 고전했고 3차전에서야 26점 15리바운드로 살아났으나 이번엔 동료들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시리즈 내내 SK의 외곽슛 성공률은 25%(21/84)에 불과했다.
 
노쇠화가 뚜렷했던 빅맨 오세근은 1, 2차전 각 4득점에 이어, 3차전에서는 13분간 무득점에 그치며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수비에서는 느려진 발로 KCC의 집중공략 대상으로 전락하며 플레이오프에서도 끝내 살아나지 못했다. 여기에 시리즈 기간 내내 안영준-오재현-최부경 등이 번갈아 부상을 당한 것도 SK에겐 치명적이었다.

SK로서는 올시즌 오재현이라는 김선형의 후계자를 발굴한 것이 성과지만 그 외에는 사실상 실패라고 볼 수밖에 없는 시즌이었다. 겉보기에 지난 시즌보다 선수들의 이름값은 높아졌지만 '노인즈'로 불릴 만큼 지나치게 고령화된 라인업은 잦은 부상과 가용자원 부족이라는 부작용이 더 두드러졌다.
 
준결승에 오른 KCC는 내친김에 '5번가의 기적'을 꿈꾸고 있다. KCC는 이제 오는 15일부터 정규리그 우승팀 원주 DB와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놓고 맞붙게 됐다. 전창진 KCC 감독은 과거 DB(당시는 동부) 감독을 지내며 3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어낸 바 있다. DB는 전창진 감독이 떠난 이후 한 번도 챔프전 우승을 이뤄내지 못했다. DB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인연을 맺었던 김주성 현 DB 감독과는 사제 대결을 펼치게 됐다.
 
역대 KBL 플레이오프 사상 5위팀이 우승은 물론이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사례도 아직 전무하다. 2008~2009시즌의 삼성(VS 현대모비스)과 2010-2011시즌의 DB(VS KT). 두 팀만이 4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1위팀을 꺾고 챔프전까지 오른 바 있다. 올시즌 상대전적도 DB가 KCC를 5승 1패로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KCC의 전력과 기세라면 DB를 상대로도 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KCC의 빅포워드진은 DB가 자랑하는 강상재-김종규-디드릭 로슨의 '트리플포스트'와도 대등한 매치업이 가능하다. 6강전을 큰 출혈없이 대승으로 일찍 끝내면서 체력까지 비축했다.
 
전창진 감독은 6강전을 마친 후 "슈퍼팀이라고 하는데, 그런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있다는 것 뿐, 조화가 안 되면 모래알에 불과하다. DB와의 4강전이 진짜 플레이오프로 생각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며 자만심을 경계했다. 최준용 역시 "우승을 해야 진정한 슈퍼팀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만족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제야 팬들이 기대하는 슈퍼팀의 면모를 갖춰나가기 시작한 KCC가, 5위팀의 챔프전 진출과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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