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당장 우승을 노리는 ‘윈 나우’ 팀의 경우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기 쉽지 않다. 확실한 기량을 기대할 수 있는 베테랑에게 먼저 기회를 부여해 당장의 승리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해 NC 다이노스에는 송명기(20)가 있다. 6이닝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투구수는 단 70개였다. 정규시즌 우승이 달린 절체절명의 순간에 5연승을 질주했으니 그 가치는 눈에 보이는 숫자 이상이다.
NC는 20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13-3으로 이겨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눈앞에 뒀다. 타선이 1회와 2회 4점씩 뽑는 등 경기 초반부터 KIA 마운드를 맹폭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투수 송명기가 빛났다. 6이닝 4안타 1홈런 1볼넷 2삼진 1실점으로 시즌 8승(3패)째를 챙겼다. 2회말 KIA 최형우에게 솔로포를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위기도 없이 안정적으로 경기를 끌어갔다. 2회말 김민식의 타구에 복부를 강타당해 쓰러진 뒤 한참을 고통스러워했지만, 이내 털고 일어나 시즌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최고 148㎞의 속구(49개)를 중심으로 커브(8개), 슬라이더(7개), 포크볼(6개)를 곁들였다. 타석당 3.04구를 기록했을 만큼 공격적인 승부가 돋보였다.
9월 25일 창원 LG 트윈스전부터 5경기 5연승의 상승세다. KBO에 따르면 만20세 이하 선발투수의 5경기 5승은 역대 5호다. 종전 기록은 1998년 김수경(현대 유니콘스), 2000년 조규수, 2006년 류현진(이상 한화 이글스·2차례)으로 그 다음 역사를 송명기가 썼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로 NC 유니폼을 입은 송명기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1군 기회를 받았다. 시즌 초중반까지만 해도 불펜에서 제 역할을 다했는데, 8월 중순 이재학의 1군 말소로 선발 기회를 얻었다.
송명기는 선발 체질이었다. 이날 KIA전 포함 선발로 나선 11경기에서 56이닝을 소화하며 7승3패, 평균자책점(ERA) 3.70을 기록했다. 특히 시즌 막판 NC가 키움 히어로즈에 0.5경기 차까지 추격당하는 등 쉽지 않은 상태에서 기회가 향했는데, 두둑한 배짱을 앞세워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냈다. 2군에 있는 베테랑들에게 선발을 맡기는 대신 2년차 신예를 기용한 이동욱 감독의 뚝심은 물론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은 송명기의 활약이 함께 빚어낸 결과다.6이닝을 완벽하게 지워냈지만 ‘인생투’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을 듯하다. 송명기의 야구인생은 이제 막 시작했고, 써내려갈 이야기는 잔뜩 남아있다. 그 첫 페이지에 우승이라는 단어를 새길 날이 눈앞까지 다가왔고, 송명기는 조연이나 들러리가 아닌 당당한 주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