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배중현]
두산의 새 외국인 투수로 유력한 아리엘 미란다. Gettyimgaes
대만 프로야구리그(CPBL)에서 뛴 왼손 투수 아리엘 미란다(31)의 KBO리그 입성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행선지는 외국인 투수 영입이 절실한 두산이다.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현재 미란다는 두산과의 계약을 상당 부분 마무리한 상태다. 변수만 나오지 않는다면 2021시즌 베어스 유니폼을 입을 게 유력하다. 외국인 선수 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15일 "에이전트 사이에선 이미 미란다의 계약이 끝났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그가 대만에서 받은 연봉을 고려하면 50만 달러(5억4000만원) 이상을 보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란다는 지난 1월 CPBL 중신 브라더스와 계약할 때 인센티브를 제외한 보장액으로 최소 60만 달러(6억5000만원)를 받았다는 현지 보도가 있었다.
쿠바 출신 미란다는 올해 CPBL에서 10승 8패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한화와 계약(최대 50만 달러)한 라이언 카펜터보다 한 수 위다. 올 시즌 CPBL 라쿠텐 몽키스에서 뛴 카펜터의 성적은 10승 7패 평균자책점 4.00. 둘의 개인 성적은 큰 차이가 없지만,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안정감은 미란다가 카펜터보다 안정적이었다.
미란다는 체인지업과 스플리터, 슬라이더를 효율적으로 섞어 던진다. 빠른 공의 구속도 시속 150㎞에 이른다. 국내 A 구단 단장은 "대만리그에서 가장 수준급 투수"라고 평가했다. B 구단 스카우트는 "KBO리그에는 왼손 강타자가 많아서 미란다 같은 왼손 투수가 유리하다. 스태미나가 워낙 탁월해서 한 경기 투구수 110개를 가뿐히 넘길 수 있다"고 했다.
시애틀 시절 미란다의 모습
경력이 꽤 탄탄하다. 미란다는 2016년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해 3년 가까이 뛰었다. 2017년 시애틀에선 8승을 기록해 제임스 팩스턴(당시 12승)에 이어 팀 내 다승 2위였다. 2018년 7월 일본 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와 계약해 리그를 옮겼다. NPB 통산(2년) 성적은 13승 6패 평균자책점 3.37. 2019시즌 뒤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고, 그다음 행선지가 CPBL이었다.
미란다는 올 시즌 KBO리그 대체 외국인 선수로 물망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대체 선수를 데려오기 힘들어지자, 몇몇 구단의 레이더가 CPBL로 향했다. CPBL 외국인 선수는 보통 '특정일 이내 다른 구단(리그)의 영입 제안을 받으면 자유롭게 팀을 떠날 수 있다'는 옵션을 계약서에 삽입한다. 하지만 미란다는 중신 구단과 이른바 '풀 개런티'로 계약이 묶여 이적이 성사되지 않았다. 영입하려면 꽤 많은 이적료가 발생해 구단이 느끼는 부담이 컸다.
두산은 이번 겨울 외국인 원투펀치 크리스 플렉센과 라울 알칸타라를 모두 잃을 가능성이 크다. 플렉센은 이미 MLB 시애틀과 계약했다. 올 시즌 20승을 따낸 알칸타라는 NPB로부터 강력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두산은 빠르게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움직여 미란다를 접촉했다. C 구단 스카우트는 "현재 미국에서 데려올 선수가 마땅하지 않다. 미란다는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