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필요한 전력 위주로 묶은 것 같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14일 삼성 라이온즈와 4년 50억원에 합의하고 FA 이적한 1루수 오재일의 보상선수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삼성은 19일 보호선수 20인 명단을 보냈고, 두산은 21일 본격적인 회의에 들어갔다. 현장 책임자인 김태형 감독과 구단 관계자들이 모여 오전부터 오후까지 꼼꼼하게 최종 후보를 추려 나갔다.
두산 관계자는 "삼성이 필요한 전력을 잘 묶은 느낌을 받았다. 우리를 고려하지 않고 팀 전력을 우선 고려한 것처럼 보였다. 현재와 미래를 잘 묶어 뒀더라"라고 이야기했다.
SK 와이번스로 FA 이적한 최주환(4년 42억원)의 보상선수를 선택할 때와 비교하면 훨씬 신중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두산은 SK의 보호선수 20인 명단을 받았을 때는 '내야수'라는 확실한 콘셉트를 잡고 움직였다. SK가 투수 보호에 주력하면서 야수 쪽에서 괜찮은 후보가 많았다. 최주환과 오재일이 동시에 이탈한 만큼 내야수를 보강해야 한다는 현장과 프런트의 뜻이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고심 끝에 두산은 18일 내야수 강승호를 보상선수로 지목했다. 강승호는 지난해 4월 음주운전으로 90경기 출전정지, 제재금 1000만원, 봉사활동 180시간 중징계를 받은 선수. 두산은 논란을 예상하고도 선택을 강행한 배경으로 "올해 8월 SK가 강승호의 임의탈퇴를 해제한 점을 참작했고, 선수가 1년 6개월 넘게 봉사활동을 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올해 26살인 강승호가 내야 리빌딩의 징검다리 임무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표현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특정 포지션을 정하지 않고 두루 살폈다. 삼성은 2015년 이후 하위권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대신 투수와 야수 모두 유망주를 여럿 수집했다. 투수와 야수 모두 주축 선수들을 보호하고 유망주까지 다 묶기에는 20인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두산은 지난해까지 보상선수를 선택할 때 포지션 상관없이 구단이 판단했을 때 가장 좋은 21번째 선수를 선택해왔다. 2016년 삼성으로 이적한 이원석의 보상선수로 포수 이흥련, 2017년 롯데로 이적한 민병헌의 보상선수로 외야수 백동훈을 선택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에는 두 선수 모두 포화 상태인 포지션의 선수를 뽑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산은 현재 1군 즉전감인 20대 초, 중반 투수들을 여럿 확보했지만, 삼성에서 투수를 데려올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래도 최주환과 오재일의 공백이 큰 만큼 이번에도 내야수를 지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두산 관계자는 "야수 투수 확정하지 않고 다 살펴보고 있다. 22일 확정해 삼성에 통보하려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