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울산 현대가 2020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에서 이란의 페르세폴리스를 2-1로 누르며 챔피언으로 올라선 지난 19일. 이날 관중석에선 가족과 함께 환호성을 내지르는 이들이 TV중계화면에 잡혔다. 국가대표 정우영과 남태희(이상 알 사드)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두 선수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어 중계방송에선 현지 교민으로 소개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을 알아본 팬들은 한국 선수들의 끈끈한 정에 주목했다. 정우영과 남태희는 프로 선수로 울산에서 뛴 적은 없지만 각각 울산 학성고와 울산 현대고 출신으로 누구보다 울산에 대한 애정이 깊다.
울산 선수들은 정우영과 남태희 그리고 화면에 잡히지 않은 구자철(알 가라파)까지 세 선수가 호텔과 운동장을 오가는 격리 생활의 답답합을 풀어주는 승리의 조력자였다고 찬사를 보낼 정도다.
이근호는 “카타르에서 뛰고 있는 (정)우영이와 (구)자철이까지 여러 모로 많은 도움을 주면서 걱정하던 것보다 잘 지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울산을 비롯해 ACL에 참가한 팀들은 이번 대회에서 카페와 레스토랑 같은 호텔 내부의 상업시설이 폐쇄돼 단조로운 생활을 견뎌야 했다. 사실상 호텔방에 갖혀 지내던 선수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라면 바로 현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우영이었다.
실제로 정우영은 울산 선수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현지 스포츠 채널부터 맛집 배달까지 책임진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의 한 관계자는 “정우영 선수가 현지 배달 서비스를 통해 간식까지 챙긴 것으로 안다”면서 “이게 우리 선수들에게는 굉장히 큰 힘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