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에서는 울산 현대가 2020시즌 K리그1 정상 복귀를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았다’는 얘기가 있었다. 전년도 최종전에서 아쉽게 리그 정상 복귀 기회를 놓쳤지만, 더 과감하게 지갑을 열었다. 모기업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과 구단주인 권오갑 프로축구연맹 총재의 지원 아래 국가대표급 전력을 끌어모았다. 유럽 무대를 누비던 미드필더 이청용을 비롯해 윤빛가람과 고명진, 골키퍼 조현우, 수비수 홍철 등이 올해 울산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지난해 예산 120억원에서 크게 늘어난 150억원(추정치)을 지출했다. 김도훈 감독이 부임한 첫해인 2017년 연봉 총액이 72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몇 년 사이에 두배가 넘은 셈이다. 구단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내년 예산까지 당겨 썼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리그 우승은 다음을 기약했다. 그렇지만 울산의 투자는 더 큰 결실로 보답받았다. 울산은 지난 19일 카타르 도하에서 끝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에서 페르세폴리스(이란)를 2-1로 제압, 8년 만에 팀 두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K리그1 최초 4연패에 성공한 전북 현대도 투자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전북은 프로축구연맹이 공개하는 구단 총연봉에서 매 시즌 거의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2018년 177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전북은 올해는 150억원 남짓으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강력한 전력으로 K리그1와 FA컵에서 ‘더블’(2관왕)에 성공했다.
전북의 투자는 성적을 넘어 K리그에서 잠시 사라졌던 선순환의 길을 제시한 것이라 반갑다. 전북은 2015년 권경원(김천 상무)과 에두(은퇴)를 각각 중동과 중국으로 보내면서 720만 달러를 벌면서 투자가 손실이 아니란 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2016년 김기희(울산·520만 달러)와 2017년 레오나르도(산둥 루넝·100만 달러), 2018년 이재성(홀슈타인 킬·150만 달러), 2019년 김민재(베이징 궈안·600만 달러)와 김신욱(상하이 선화·440만 달러), 올해 로페즈(상하이 상강·500만 달러)와 김진수(알 나스르·100만 달러) 등 매년 선수 장사로 큰 이익을 봤다. 전북이 지난 6년간 이적료 수입으로 벌어들인 금액만 3130만 달러(약 347억원)다.
울산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내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참가로 최소 61억원을 확보해 구멍 난 재정을 메울 수 있게 됐다.
2020년 K리그를 넘어 아시아를 호령한 ‘현대가 형제’ 전북과 울산은 지난 몇 년간 투자를 꺼리는 풍조가 만연했던 K리그에 투자의 중요성을 다시 상기시켜줬다. 프로스포츠에서는 투자가 곧 경쟁력이자, 상업적인 성공으로 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김대길 스포츠경향 해설위원은 “울산과 전북의 투자는 올해 K리그를 버티게 만든 원동력”이라면서 “앞으로는 두 구단 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들도 아끼는 게 최선이 아니란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