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의 외야수 박준태(30)는 지난 시즌 야구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잡았다. 2014년 2차 6라운드로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뒤 6년 만에 키움 히어로즈로 트레이드 됐다. 당시 키움은 내야수 장영석을 내주는 대신 KIA에서 박준태와 현금 2억원을 받았다.
키움의 발 빠른 작업이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임병욱이 군입대할 상황이었기 때문에 2021시즌을 위한 선점 전략이었다. KIA에서 좀처럼 주전을 차지하지 못했던 박준태에겐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다.
선수는 감독의 믿음이 있어야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다. 박준태도 손 혁 전 감독의 믿음을 먹고 그라운드에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손 전 감독은 개막전부터 박준태를 선발 좌익수로 중용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16일 잠실 LG전에서 임병욱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박준태를 중견수로 활용했다. 박준태는 데뷔 이후 최다인 128경기를 소화했다. 백업이 아닌 주전이었다. 타순은 9번이었지만, 상위 타순으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출중했다.
2020시즌이 마무리 됐다. 공격적인 수치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타율 2할4푼5리 85안타 5홈런 29타점에 불과했다. 그러나 박준태는 12일 구단이 공개한 2021시즌 연봉계약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 기존 연봉 4500만원에서 6500만원이 오른 1억1000만원에 사인했다. 연봉 인상률은 팀 내 1위(144.4%)를 찍었다.
어떤 점에서 박준태의 가치가 어필됐던 것일까.
첫째, 출루율이다. 박준태는 팀 내 풀타임을 소화한 야수 중 출루율 4위(0.389)를 기록했다. 세 타석이 모자라 아쉽게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주전 중견수로 뛰면서 출루율을 높였다. 팀 내 최다 삼진(120개)을 당하면서도 볼넷 65개를 얻어냈다. 선구안이 좋았다. KIA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올 때 기대했던 점을 박준태가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마지막으로 득점이다. 안타는 85개로 부족했지만, 71득점이나 올렸다. 팀 내 5위에 해당하는 지표다. 자신이 출루하면서 활화산 같은 화력을 내뿜은 상위 타선의 덕을 많이 본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빠른 발을 이용한 주루 플레이와 출루율이 뒷받침 됐기 때문에 팀 총득점(759점)의 10.7%를 책임질 수 있었다. 특히 지난해 9월 19일 대구 삼성전부터는 리드오프를 맡으면서 22득점을 기록했다. 자신의 득점 중 31%를 리드오프에서 올리며 김하성 김혜성 서건창과 테이블 세터로 활약했다.
새 시즌에는 포지션 변경이 예상된다. 이정후가 중견수로 복귀할 예정이다. 박준표는 좌익수 또는 우익수로 자리를 변경할 전망이다. 어색하지 않다. 박준표는 KIA에서 백업 우익수로 나선 바 있다. 박준표는 데뷔 7년 만에 전성기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