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8일 호주 멜버른에서 시작되는 시즌 첫 테니스 메이저대회 호주오픈을 앞두고 출전 선수들이 컨디션 유지에 애를 먹고 있다. 호텔방에서 훈련하는 진풍경까지 펼쳐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진 게 이유다.
AP통신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전세기를 타고 호주에 도착한 출전 선수 중 자가 격리자는 19일 현재 총 72명에 이른다. 전세기 탑승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동승한 선수들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14일간 호텔에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야외 테니스 코트 훈련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전세기를 탄 선수들은 자가 격리 기간 중 매일 5시간의 야외 코트 훈련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숙소 밖 훈련이 불가능해진 몇몇 선수들은 대회 대비에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율리야 푸틴체바(26)는 1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호텔 숙소에서 벽에 세워둔 침대 매트리스에 공을 반복해서 치는 훈련 영상을 올렸다. 벨린다 벤치치(24·스위스)도 단단한 통유리창에 공을 튀기며 연습을 했다.
반면 일부 선수들의 자유로운 훈련 모습이 공개되면서 형평성 논란까지 번지고 있다. 2019 호주오픈 여자 단식 챔피언 오사카 나오미(24·여)가 16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스태프 4명과 함께 코트에서 훈련한 장면을 공유하면서 호텔방에 갇힌 선수들의 분노는 더 커졌다. 벤치치는 “매우 중요한 대회에서 불공평한 훈련과 환경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고 말했다.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34)는 최근 호주테니스협회에 “자가 격리 기간을 줄이고, 숙소와 훈련장을 선수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평소 철저한 방역지침으로 유명한 호주 당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선수라고 특별대우를 하지는 않는다”며 일반인과 똑같이 자가 격리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코비치의 발언에 호주 현지에서 비난 여론도 일고 있다. 세계 랭킹 47위의 닉 키리오스(26·호주)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조코비치는 얼간이”라고 비난했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미니 투어 성격의 ‘아드리아 투어’를 연 뒤 본인을 포함해 참가 선수들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