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인천서 PO 최종전 ‘외나무다리 맞대결’
1차전-2차전 완전히 상반된 결과
간절한 투혼이 챔피언결정전 진출팀 가릴 듯기뻐하는 흥국생명 선수들. 한국배구연맹 제공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홈이고 관중도 있어 미팅할 때도 활기차게 하자는 얘기가 있었고, 더 파이팅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김우재 IBK기업은행 감독).” “어린 선수들이 중요한 경기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빨리 이겼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박미희 흥국생명 감독).”
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의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PO·2전 3선승제)가 1승 1패로 균형을 맞췄다. 2차전 경기가 끝난 뒤 양 팀 감독의 발언처럼, 기본적인 전력 차보다 분위기나 기세 싸움이 1차전-2차전 간 경기 양상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이제 남은 건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벌어질 3차전 뿐. 두 팀 선수들이 보일 간절함이 PO 최종전 승자를 결정할 전망이다.
1차전과 2차전 두 경기에서 양 팀은 완전히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양 팀의 승리공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표승주(기업은행)와 김미연(흥국생명)쪽을 겨냥한 정확하고 날카로운 목적타 서브를 통해 리시브를 흔들어 예정된 세트플레이를 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이 경우 라자레바(기업은행)와 김연경(흥국생명) 등 양 팀 주포들의 공격도 파워를 잃게 돼 블로킹도 보다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다.
1차전에선 흥국생명이 웃었다. 흥국생명은 서브 득점(6-4)에서 기업은행에 우위를 보였을 뿐 아니라 리시브에서도 압도(리시브효율 30.26%-17.98%)했다. 김미연이 35%의 리시브효율을 기록하는 동안 표승주의 리시브효율은 18.18%에 그쳤다. 이는 공격성공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연경의 공격성공률(53.33%)은 라자레바(42.37%)를 압도했고, 팀 전체 공격성공률도 마찬가지였다(37.09%-34.48%). 블로킹도 기업은행보다 효과적이었다(13-4).
이 지표가 2차전에선 뒤바뀌었다. 기업은행은 도수빈과 김미연 사이를 노리는 서브를 시도해 흥국생명의 리시브를 흔들었고, 표승주의 리시브(리시브효율 24.14%)가 살아나면서 경기를 압도적으로 끌고 나갔다(리시브효율 25.76%-23.4%). 여기에 세터 교체 효과까지 보면서 라자레바의 공격성공률(46.67%)이 상승했고, 팀 공격성공률에서도 흥국생명을 눌렀다(43.97%-34.75%). 서브 득점(9-2), 블로킹 득점(10-6) 모두 기업은행의 완승이었다.
기뻐하는 기업은행 선수들. 한국배구연맹 제공
이는 경기별로 달랐던 양 팀 감독 오더싸움(상대 배치를 고려해 선수들을 배치하는 것)의 결과물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오더싸움 결과가 경기 전체를 뒤바꿀 순 없다. 불리한 포지션에서도 자신의 100% 이상을 발휘하는 주체는 결국 선수 개개인이어서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어떤 팀이 서브-리시브에 좀 더 집중하는지, 상대 공격을 예측한 블로킹 위치를 준비해 실제로 코트에서 발휘하는지, 오더싸움의 열위를 극복해내는지 등 간절함이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
2차전에서 엄지손가락 통증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다이빙 수비를 펼칠 정도로 승리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던 김연경도 시즌 후 흥국생명과의 계약 기간 만료 탓에 어쩌면 한국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경기를 준비한다. 흥국생명 관계자에 따르면 김연경은 손가락 통증이 여전하지만, 경기에 뛸 수 있는 상태다. 표승주도 “어쩌면 마지막 경기일 수도 있지만 오래 (봄)배구를 하고 싶다”며 “어렵게 지금까지 온 만큼 챔피언결정전에 갈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