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을 달리던 백승호(SV다름슈타트)와 수원삼성 간의 갈등이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다.
최근 수원삼성 구단이 백승호에게 3억원의 지원금을 돌려받을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승호가 유소년 시절 수원으로부터 지원받은 3억원을 돌려준다면 수원구단이 그에 대한 우선지명권을 철회하겠다는 뜻이다.
백승호는 지난 2009년 U-14 대표팀 경기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FC바르셀로나 유스팀 입단 제의를 받게 된다. 당시 수원 유스팀인 매탄중학교 입학이 예정돼 있었으나 구단이 백승호의 스페인 진출을 허락하는 한편 유학비용으로 매년 1억원씩 총 3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수원이 백승호에게 지급한 3억은 단순히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한 대승적 차원의 지원으로 보기엔 상당한 액수였다. 수원이 백승호를 지원했던 2010~2012년 당시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자 연봉이 5,000만원 선이었다.
드래프트 명단에는 이용, 홍정호(전북현대) 김기희, 윤빛가람(울산현대), 오반석, 오재석(인천유나이티드), 박종우(부산아이파크), 주세종(감바오사카) 등이 국가대표 주전급으로 성장한 선수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결과론적인 얘기겠지만 이들 6명 분에 달하는 연봉을 오롯이 14살 소년에게 투자한 것이다. 물론 백승호는 그만한 가치를 지닌 선수이다. 일찍부터 축구 천재의 면모를 보이며 대동초 재학 시절 차범근축구상 대상을 수상했다. 바르셀로나 유스팀 합류 이후 줄곧 바르셀로나 B팀에 머물며 성장을 거듭했고 어느덧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백승호의 잠재력은 3억원 이상의 값어치를 지닌 것임에 틀림없다.
수원 역시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한 유스팀 선수가 복귀한다면 전력적인 차원은 물론이고 화제성 측면에서도 큰 홍보효과를 누린다. 그러나 국내리그 복귀 시점은 커녕 복귀 여부조차 불확실한 어린 선수에게 그만한 돈을 투자했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즉, 3억원은 전략적 투자 그 이상으로 백승호의 축구인생에 꽃길이 펼쳐지길 바랬던 수원 구단의 진심이 담긴 돈이다. 이 점에서 상의없는 전북 이적 추진은 지난 10년 간의 순애보를 철저히 외면하는 것이며 구단은 물론 팬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프로무대에서 실력은 당연히 금전적인 대가로 환원된다. 10년 전과 달리 수원은 백승호의 눈높이에 맞는 충분한 대가를 안겨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에도 순정은 존재한다. 지난 2020 AFC챔피언스리그에서 헌신적인 플레이로 수원의 8강행을 이끌었던 임상협(포항스틸러스) 선수는 정규시즌 종료 후 수원과 계약이 종료되는 상황에서도 책임을 다하기 위해 프리시즌을 반납하고 카타르행 비행기에 올랐다.물론 백승호에게 헌신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K리그 복귀의사를 수원 구단에 알리는, 최소한의 원칙만 지켰다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복잡해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원은 여전히 백승호에게 옛 정이 남은 듯하다. 2018년 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 탈락으로 인해 병역혜택을 누리지 못한 백승호가 김천상무 입단에 앞서 K리그 복귀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그의 축구인생을 가로막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수원은 계약서 내용에 따라 백승호에게 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제 양자 간의 합의는 손해배상 청구액 문제로 넘어갔다. 이번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을지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