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의 올시즌 라인업은 언뜻 야구인 2세들의 팀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미 LG 이종범 코치의 아들 이정후(23)가 확고한 입지를 다졌고, 지난해에는 독립야구단 스코어본 하이에나들 송진우 감독의 아들 송우현(25)이 1군에 데뷔했다.
올시즌을 앞두고는 두 명이 가세했다. 한화 임주택 운영팀 차장의 아들 임지열(26)이 주전경쟁에 나섰고 키움의 전 감독이었던 장정석 KBSN스포츠 해설위원(사진)의 아들 장재영(19)이 계약금 9억원의 거물 신인으로 합류했다.
이 중 장정석·재영 부자의 상봉이 23일 대구에서 이뤄졌다.
장재영은 이날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시범경기 삼성전에서 6회말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나섰고, 장정석 해설위원은 이 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해설했다. 이정후의 데뷔 시즌인 2017년 해설위원으로 있었던 이종범·정후 부자 이후 두 번째로 해설위원·선수 부자가 경기장에서 만나는 순간이었다.
장 위원은 경기 전 냉정한 평가를 다짐했다. 하지만 아들이 등판하는 순간, 그 마음을 그대로 유지하긴 힘들었다. 장 위원은 경기 후 기자와 통화하면서 “분명히 아들의 경기를 해설하는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 밖으로 빨리 이뤄진 듯하다”면서 “해설위원이 아들 얘기를 너무 많이 하려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걱정된다”며 웃어 보였다.6회 삼성 첫 타자 호세 피렐라를 3루 땅볼로 잡아낸 장재영은 다음 타자 이원석에게 1-2 카운트에서 몸에 맞는 공을 던지고 말았다.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던 장 위원으로서도 순간 말을 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곧바로 냉정함을 찾은 장 위원은 중계를 통해 “이 부분이 투수들의 욕심이다. 공 한 개로 삼진을 잡겠다는 욕심이 낳은 실투”라고 평가했다. 장 위원은 통화에서 “그래도 예전 경기에 비해서는 몸에 힘을 많이 빼고 스트라이크 위주로 제구하려는 모습이 돋보였다”면서 “다른 신인들도 마찬가지지만, 유망주가 위기상황에서 얼마나 대범해질 수 있는가가 정말 중요하다. 아마 오늘 상황을 통해 알아가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영은 사구 이후 잠시 흔들리는 듯했으나 후속타자 강한울을 삼진 처리하고, 김헌곤에게 3루 땅볼을 유도해 1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끝냈다. 7회말 시작과 함께 김재웅이 장재영에게서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장재영은 경기 후 “잘 던지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아버지의 해설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잘 던진다면 칭찬해주실 것이고, 아니라면 냉정하게 평가해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소감을 들은 장 위원은 “아들이 경기를 뛰고 있지만 상황은 구분해야 한다. 중계석에서 나의 역할은 팬들에게 편하게 상황을 전하고 투구 내용을 분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