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한국시간) 텍사스와 보스턴의 경기를 중계한 밸리스포츠 사우스웨스트 텍사스 중계진은 양현종(33·텍사스)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조명했다. 사실 앞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국내 선수들과 견주면 순탄한 길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도 없었고, 언제 방출될지 모르는 스플릿 계약 신분이었다.
FA 자격을 얻은 양현종은 MLB 진출을 계속해서 타진했으나 시장의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나이, 지난해 다소 부진했던 성적, 애매한 쓰임새 등 몇몇 이유가 뽑혔다. 1월 말까지도 이렇다 할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을 제시한 팀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중계진은 “양현종이 빅리그 팀들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양현종은 꿈을 위해 스플릿 계약이라도 감수하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몇몇 팀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양현종은 MLB 승격이 가장 유리해보였던 텍사스를 선택했다. 마운드가 안정된 팀이 아니고 리빌딩 팀이라 차분하게 기다리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 본 것이다. 스프링트레이닝 합류가 늦은 양현종은 남들보다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을 보이며 살아남았고, 기어이 4월 27일 LA 에인절스전에서 MLB 데뷔전을 치렀다.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결국은 양현종을 살렸다. 오랜 기간 텍사스 경기를 중계한 인물인 톰 그리브는 스프링트레이닝 당시 양현종의 마음가짐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MLB 진입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항상 긍정적이었다. 그리브는 당시를 떠올리며 “양현종은 스프링트레이닝 당시 눈에 띌 만큼(outstanding)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좌절도, 포기도 하지 않고 클럽하우스에서 동료들과 잘 어울리며 주어진 상황을 즐겼다. 양현종도 스프링트레이닝 막판 인터뷰에서 “즐기면서 던졌다”라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텍사스와 연이 깊은 추신수(SSG) 또한 구단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양현종이 뒤로 숨지 않고 동료들과 잘 어울린다면서 첫 번째 관문을 넘었다고 자신하기도 했다.그런 양현종은 두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08의 좋은 성적을 거뒀고, 오는 6일 미네소타전에 선발 등판한다. 손가락 쪽에 문제가 있는 아리하라 고헤이를 대신해 선발로 들어간다. 물론 선발 로테이션에 고정이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아직은 임시 선발에 가깝다. 그러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면, 양현종에게는 계속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그 기회를 잡는 일이 남았고 6일 등판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