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울산현대 감독은 유상철 전 감독이 하늘로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먼거리를 한걸음에 달려왔다.
유 감독은 7일 저녁 7시 20분경 서울 아산병원에서 1년 7개월 동안의 췌장암 투병 끝에 눈을 감았다. 유 감독의 빈소는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유 감독의 장례식 둘째 날인 8일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 황선홍 전 대전하나시티즌 감독,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이천수 대한축구협회 사회공헌위원장 등이 자리했다.
많은 이들이 홍명보 감독의 방문에 관심을 모았다. 그는 지난해까지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를 지냈고,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멤버들의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이었다. 유 감독과는 월드컵뿐만 아니라, 일본 J리그 가시와레이솔에서 한솥밥을 먹었기 때문에, 누구 더 각별한 사이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홍 감독의 일정이었다. 홍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지난 7일부터 경남 거제시에서 하계 전지훈련에 들어갔다. 그는 유 감독이 세상을 떠난 7일 오후, 전지훈련을 위해 서울에서 거제로 이동을 마친 상황이었다.
홍 감독은 7일 저녁, 거제에 도착한 후에야 유 감독의 소식을 들었다. 이미 정해진 전지훈련이 있었기 때문에,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는 울산 구단과 선수단에 양해를 구했고, 유 감독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키기로 했다.
홍 감독은 8일 오전, 어렵게 내려온 거제에서 다시 서울행 차를 탔다. 그는 오후 5시께 빈소를 찾아 유가족과 함께 입관식에 참여했다. 빈소에 들어선 그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너무 빨리 갔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대표팀에서도, 일본에서도 추억이 너무 많다. 그런데 앞으로는 만나지 못하고, 우리의 추억 거리를 가슴 속에만 묻어둘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슬프고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유 감독은 울산의 레전드다. 공교롭게도 홍 감독이 현재 울산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홍 감독은 “유상철은 울산 구단의 레전드고, 나는 감독으로 있다.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는 상철이를 위해서라도 울산을 정말 좋은 팀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