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는 말 그대로 역사적인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현대야구에서는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투·타 겸업’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그것도 둘 다 잘한다.
특히나 더 돋보이는 건 타격이다. 오타니는 9일(한국시간)까지 81경기에서 타율 0.279, 32홈런, 69타점, 1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064를 기록 중이다. 32개의 홈런은 리그 선두. 투수를 겸한다는 측면에서 더 대단한 성적이다. 현재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유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이기도 하다.
이미 구단과 아시아 기록은 세웠다. 에인절스의 전반기 최다 홈런 기록은 마이크 트라웃이 가지고 있던 28개였다. 오타니는 이를 무난하게 넘겼다. 아시아 선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은 선배인 마쓰이 히데키가 가지고 있던 31개였다. 오타니는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이 기록을 넘어섰다.
이제 남은 건 메이저리그 전반기 최다 홈런이다. 이 기록은 크리스 데이비스(35·볼티모어)가 가지고 있다. 데이비스는 2013년 전반기 95경기에서 37개의 아치를 그렸다. 데이비스는 2013년 53홈런, 138타점으로 홈런·타점 1위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에서도 3위에 올랐다. 데이비스의 최고 전성기였다. 오타니 덕분에 데이비스의 이름이 다시 나왔다.
그런데 정작 이 기록을 세운 데이비스는 사라졌다. 데이비스는 엄연히 볼티모어와 2022년까지 계약이 되어 있다. 그런데도 안 보이는 건 올해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한 탓이다. 은퇴한 게 아니다. 무릎 부상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비스를 그리워하는 목소리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없어서 속 편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부진 때문이다. 장타력을 본 볼티모어는 데이비스와 2016년 7년 계약에 합의한다. 무려 1억6100만 달러(약 1845억 원)의 대형 계약이었다. 두 차례나 홈런왕에 오른 선수였으니 당시에는 이해가 가는 숫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데이비스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대체선수보다 못한 수준의 선수로 추락했다. 팀에 플러스는커녕 마이너스였던 셈이다.
데이비스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34경기에서 타율 0.196에 머물렀다. 원래 타율을 보고 계약한 선수는 아니지만 2할도 안 되는 타율은 심각 그 자체다. 홈런도 92경기에 머물렀고, OPS는 0.670에 불과하다. 이 기간 조정 OPS(OPS+)는 80으로, 리그 평균보다 20%나 OPS가 떨어지는 타자였다. 그런 타자에게 볼티모어는 내년까지 총액 1억6100만 달러를 줘야 한다. 알버트 푸홀스(LA 다저스) 이상의 먹튀가 계약 기간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