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중앙대와 건국대의 제37회 MBC배 전국대학농구 상주대회 예선 마지막 경기는 결선 토너먼트 진출권이 걸려 있었던 만큼 치열했다. 중앙대는 109-97로 승리했지만 득실 편차 계산에 착오가 생기며 어이없이 탈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끔찍한 일이 발생했으니 바로 중앙대 박인웅이 건국대 정민수에게 거친 파울을 범한 것이었다. 마치 프로레슬링 기술 클로스 라인을 하는 것과 같았다.
1쿼터 7분경, 박인웅은 속공 상황을 마무리하려던 정민수와 강하게 충돌했다. 정상적인 플레이라고 볼 수 없었다. 블록슛 시도라고 보기에는 점프 타이밍, 그리고 위치가 애매했다. 정상 수비보다는 고의적인 타격에 가까운 장면이었다.
마치 ‘배드 보이즈’ 1기 시절 디트로이트 피스톤스가 마이클 조던을 거칠게 다뤘던 ‘조던 룰’의 한 장면과도 같았다. 코트 바닥과 크게 충돌한 정민수는 검사 결과, 요추 2, 3번 미세 골절 부상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4학년이며 2021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를 앞둔 정민수에게는 비극적인 소식이었다.
박인웅의 거친 파울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플레이였다. 이미 골밑에 동료 선수가 수비를 준비하고 있던 상황이었으며 블록슛 타이밍도 아니었다. 물론 그가 르브론 제임스였다면 말이 달라지지만.
더 큰 문제는 이후 박인웅의 행동이다. 정민수는 쓰러진 후 몇 분간 일어서지 못한 채 고통을 호소했다.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 박인웅은 뒷짐을 진채 정민수를 바라보기만 했다. 오히려 몇몇 건국대 선수들의 위로를 받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중앙대, 그리고 박인웅은 저녁까지 건국대에 사과의 메시지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중앙대 학부모들이 대학농구연맹에 연락, 정민수의 상태와 사과 의사를 전한 것이 전부라고 전해졌다.
이에 양형석 감독은 "정민수의 부상 이후 경기가 재개됐고 완전히 끝난 시점에서 정확한 상황을 파악했다. 황준삼 감독에게 사과했고 (박)인웅이 역시 여러 방법을 통해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인웅이도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고의로 한 행동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인웅의 이런 거친 파울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열린 대학농구 U-리그 1차 대회에서 상명대 정주영에게도 비슷한 파울을 범했다. 정주영은 이후 정강이 통증을 호소했지만 경기를 끝까지 치렀다.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상명대 고승진 감독 역시 이에 대해 추가 언급하지 않았다.
확실한 징계가 필요한 부분이다. 과거 대학농구연맹은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2013년 대학리그 경기에서 명지대 김지웅이 레이업슛을 시도하던 고려대 정희원을 공중에서 밀어버린 것에 대해 2경기 출전 정지로 징계한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시점에서 대학농구연맹은 어떤 선택을 내릴까? 대학농구연맹 관계자는 “현재 정확한 상황 파악에 나서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확실한 기준을 세울 생각이다. 또 상명대 측에서도 설명회를 요청했고 이에 대해 맞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박인웅뿐만 아니라 해당 경기를 맡은 심판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박인웅의 파울 직후, 세 명의 심판은 한곳에 모여 상황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국 일반 파울로 판정했다. 최소한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이 주어졌어야 했지만 심판들은 당시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 또 선수의 부상 상태를 확실히 파악하지 못했다. 대형 실책이다.
스포츠에 있어 경쟁이 우선시되고 있는 시대이지만 스포츠맨십을 잃은 대학농구는 의미가 없다. 생존과 경쟁이 밑바탕인 프로 스포츠에서도 용납되지 않는 거친 파울이었다. 단순히 선수 개인의 반성으로 끝낼 문제는 아니다. 확실한 제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