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김연경과 함께 꿈꿔온 '태극마크'…함께 내려놓는 김수지

551 0 0 2021-08-14 19:16: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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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20㎝ 작았던 김연경, 옛날과 달라진 것은 키 하나"
도쿄올림픽 한일전 승리 후 "이제 한일전은 없네"라고 대화


도쿄올림픽 배구 코트에서 포즈 취한 김연경(왼쪽)과 김수지
[김수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여자 배구 국가대표 센터 김수지(34·IBK기업은행)가 '절친' 김연경(33·중국 상하이)과 함께 태극마크를 내려놓기로 했다.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대표팀의 주장 김연경은 지난 12일 대한민국배구협회 오한남 회장을 찾아가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전했다.

김수지에게도 2020 도쿄올림픽은 국가대표로서 치른 마지막 올림픽이었다. 그는 지난 8일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 패한 뒤 인스타그램에 "너무 소중했던 나의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글을 올렸다.

14일 연합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김수지는 "마지막이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이제는 창창한 어린 선수들이 다음 올림픽을 준비하는 게 맞다"며 국가대표 센터 자리에서 내려오는 이유를 설명했다.

올림픽이 아닌 국제대회 출전 가능성에 대해 김수지는 "구체적인 고민은 안 했다"면서도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그 앞에 다른 경험이 쌓여야 한다"며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뛴 올림픽이어서 이번 대회는 더욱 특별했다.

김수지는 "외국인 감독·스태프와 잘 지내서 기대가 컸다. 올림픽이 1년 미뤄지지 않고 2020년에 열렸더라면, 한 살 더 먹기 전에 나왔더라면 굉장히 기대를 많이 해도 되겠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복근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할 뻔했지만, 상태가 좋아져 다시 기회가 생겨 너무 기뻤다면서 "대표팀에서 처음 소집돼 훈련할 때는 통증이 있어서 살짝 불안했는데, 조금씩 좋아져서 좋았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대표팀 단복 입은 '단짝' 김연경과 김수지
[김수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수지는 조별리그에서 일본을 꺾고 8강 진출을 확정했을 때 눈물을 흘렸다.

그는 "연경이와 서로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대화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흘러가는 말처럼 '이제 한일전은 없네'라고 이야기했다. 큰 부담을 덜어낸 느낌이었다"고 떠올렸다.

1987년생 김수지와 '빠른 1988년생' 김연경은 안산서초교, 원곡중, 한일전산여고에서 함께 배구 선수로 성장한 친구다.

김수지는 "초등학생 때는 꿈을 물어보면 '국가대표요'라고 했다. 연경이도 꿈이 국가대표라고 이야기했다"며 "그런데 이렇게 간절하게 경기하게 될 줄은 그때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이번 대회에서 뛰어난 리더십으로 세계적인 선수로 재확인을 받은 김연경에 대해 김수지는 "연경이가 초등학교 때랑 달라진 것은 키 하나"라고 했다.

이어 "성격은 더 어른스러워진 것을 빼고는 똑같다. 외모도 그대로다. 사람 챙기는 것, 장난치는 것도 옛날과 똑같다"며 "어릴 때는 제가 배구부에서 제일 큰 편이었는데, 연경이는 가장 작았다. 저보다 15∼20㎝ 정도 작았다"고 회상했다.

김연경은 186㎝로 프로에 입단한 후에도 키가 자라 192㎝가 됐고, 188㎝인 김수지를 추월했다.

[올림픽] 졌지만 잘 싸웠다
(도쿄=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이 한국의 패배로 끝났다.
경기를 마친 한국 김연경이 선수들을 위로하고 있다. 2021.8.8 @yna.co.kr


20년도 넘게 함께 지낸 친구지만, 김수지는 인스타그램에 '캡틴, 오 마이 캡틴'이라는 글과 영상으로 김연경에 대한 존경과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김수지는 "팬이 만든 영상이었는데, 저도 공감이 많이 돼서 올린 것"이라며 "모든 선수가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김수지는 김연경에게 "대표팀 생활하는 동안 너무너무 고생 많이 했어. 앞으로도 선수 생활은 계속 이어나갈 텐데 큰 부상 없이 서로 의지하고 같이 힘내서 좋은 선수 생활 마무리하자"고 응원했다.

[올림픽] '최선을 다한 여자배구'
(도쿄=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 0-3으로 패한 한국대표팀이 마지막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8.8 jieunlee@yna.co.kr


김수지는 스테파노 라바리니 대표팀 감독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도쿄올림픽 현지 인터뷰에서 대표팀이 예전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는 이유가 '부상으로 빠져 있던 김수지와 김희진이 합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김수지에게 따로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다. 김수지는 "라바리니 감독님은 모두를 공평하게 대하려고 하셨다. 선수 개개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모든 경기가 다 끝나고서야 하시더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에게는 '한국에서 센터는 점유율이 떨어져서 공격이나 블로킹 리듬을 잡기 힘들었을 텐데, 하나라도 더 하려고 노력해주는 모습이 고맙고 힘이 됐다'고 하셨다. 저만의 고충일 수 있는 부분을 알고 계셨다니 고마웠다"고 말했다.

활짝 웃는 20년 절친
(영종도=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환영식에서 여자 배구 대표팀 김연경과 김수지가 활짝 웃고 있다. 2021.8.9 superdoo82@yna.co.kr


김수지는 국가대표 생활을 돌아보며 "많이 지치고 힘들면서도 보람과 기쁨, 환희, 좌절 등 운동선수로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다 느낄 수 있는 게 국가대표 같다"며 "시원섭섭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제 김수지는 V리그로 돌아간다. 이미 프로배구 소속팀인 IBK기업은행에 합류해 훈련을 시작했다.

김수지는 "올해는 올림픽으로 많은 분이 배구에 관심을 가져주시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새 시즌 각오를 밝혔다.

트레이드마크인 머리띠 패션으로 흥국생명 시절 '인천 머리띠', 현재 IBK기업은행 소속으로는 '화성 머리띠' 별명으로 불린 김수지는 도쿄올림픽에서 '국대 머리띠'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태극마크는 내려놓지만, 프로배구 선수 김수지로서는 좀 더 오래 뛸 생각이다. 김수지는 "일단은 마흔까지는 뛰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웃었다.

도쿄올림픽 선수촌에서 룸메이트들과. 왼쪽부터 김수지, 안혜진, 김연경, 표승주
[김수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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