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오랜 격언. ‘야구는 9회 2아웃부터’
식상하고 진부해 보이지만, 진리에 가깝다. 두산과 KIA가 맞붙은 1일 잠실 더블헤더 2경기가 모두 ‘9회 2아웃’에 사달이 났다. 대기록 2개의 운명이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기고 바뀌었다.
1차전에서 두산 선발 아리엘 미란다는 최고구속 150㎞짜리 속구(69개)와 포크볼(36개)을 앞세워 KIA 타선을 꽁꽁 눌렀다. KIA 타선은 미란다에게 삼진 9개를 당하는 등 속수무책이었다. 가장 안타에 가까웠던 타구는 6회 최원준의 1·2간 타구였는데, 두산 2루수 박계범이 몸을 날리는 호수비로 잡아 1루에 송구해 아웃시켰다.
미란다는 9회 2아웃까지 안타 없이 볼넷 2개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아 5-0 승리는 물론 KBO리그 통산 15번째 노히트 노런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2사 뒤 볼카운트 0-2에서 퀵 모션 변칙투구로 던진 113구째 변화구를 김선빈이 가볍게 당겨 좌익선상 2루타를 만들었다.
대기록 무산에 흔들릴 법도 했지만 미란다는 꿋꿋했다. “몸 상태가 좋다. 계속 던지겠다”고 버틴 미란다는 다음 타자 최형우를 초구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KBO리그 첫 완봉승을 완성했다. 미란다는 대기록 무산에 “아쉽지 않다.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좋은 투구를 해 매우 기쁘다”며 “박계범 뿐만 아니라 오늘 모든 동료들이 도와줘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진 2차전에서도 또 9회 2사에 사달이 났다.
두산 선발 유희관은 지난 7월2일이 마지막 등판이었다. 올시즌 2승5패, 평균자책 8.15로 좋지 않아 2군에 내려갔다. 더블헤더가 잡혔고, 유희관에게 기회가 왔다. 두 달 가까이 2군에서 절치부심한 유희관은 이를 악문 혼신의 투구를 했다. 최고구속 132㎞는 여전히 느렸지만 88㎞짜리 더 느린 커브로 KIA 타자들을 공략했다. 상대 선발 KIA 에이스 멩덴이 5회까지 노히트 노런을 이어갔고 유희관도 유격수 안재석의 실책에 가까운 플레이로 1점만 내줬다. 유희관이 6이닝 1실점으로 버티자 6회말 김재환 박건우의 적시타로 역전에 성공해 승리 투수 요건을 만들었다. 조금 특별한, 개인 통산 100승째였다.
100승이 눈앞에 온 9회초 2사 3루, 이번에는 KIA 최원준이 구원투수 김명신으로부터 역전 우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담장 너머로 날아간 공과 함께 유희관의 100승도 다음으로 날아갔다. 역시 야구는 9회 2아웃부터. 2차전은 KIA가 두산에 3-2로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