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혈질이라면 둘째 가기 서러운 사령탑들이 제대로 맞붙었다. 위르겐 클롭(54·독일) 리버풀 감독이 그 전말을 공개했다.
클롭 감독과 미켈 아르테타(39·스페인) 아스날 감독은 21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21~22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경기 도중 벤치까지 벗어나며 격돌했다. 둘의 나이는 무려 15살 차.
양 팀이 0-0으로 맞서고 있던 전반 32분이었다. 아스날의 일본 수비수 토미야스 타케히로가 사디오 마네와 길게 넘어온 공중 볼을 향해 점프하며 경합하다가 쓰러졌다. 먼저 자리를 잡은 토미야스를 향해 마네가 팔꿈치까지 쓰면서 뛰어오르는 모양새가 됐다. 그러나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공이 터치라인 바깥으로 나가면서 아스날의 스로인이 선언됐다.
그런데 곧이어 중계 화면에는 클롭 감독이 아르테타 감독을 향해 크게 손짓을 하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아르테타 감독도 지지 않고 맞서며 벤치클리어링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양 팀 코칭스태프까지 가세하면서 자칫 큰 난투극으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더 이상의 충돌은 없었고 주심이 양 팀 감독에게 경고를 주는 선에서 사태는 마무리됐다. 이날 경기에 뛰고 있던 선수들보다 오히려 감독들이 경고를 더 빨리 받는 이례적인 순간이었다.
리버풀 에코 등 영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경기 후 클롭 감독은 이 상황에 대해 "(마네의 파울이 아닌) 완전히 깨끗한 장면이었다. 둘이 공중으로 뛰면서 서로 접촉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스날 벤치에서는 뭔가를 요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 모두가 마치 마네를 향해 퇴장을 원하는 듯했다. 그래서 뭘 원하냐고 했다. 정말 진저리가 난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르테타 감독은 "특별히 언급할 건 없다. 클롭은 자신의 팀을 지키려 했을 뿐이며 나도 마찬가지"라고 말을 아꼈다.
결과적으로 사령탑 간 격돌은 리버풀 홈 팬들을 더욱 자극하며 리버풀 선수들의 사기를 드높이는 모양새가 됐다. 클롭은 "그럴 의도는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면 OK"라고 이야기했다. 결국 리버풀은 전반 39분 마네가 선제골을 터트린 뒤 후반에만 3골을 몰아친 끝에 4-0 완승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