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준(울산현대). 서형권 기자
유럽에서 검증된 스타급 선수를 선호하던 헤르타BSC(베를린)가 K리그 울산현대의 이동준을 영입한 배경에는 오랫동안 한국 축구를 관찰해 온 신임 디렉터가 있었다.
이동준이 헤르타 이적을 앞두고 있다. 이적 보도 직후 대한축구협회가 '이동준은 본인 요청으로 독일 구단 이적을 위한 메디컬테스트를 받기 위해 떠났다 돌아온다'고 발표하면서 이적이 성사 단계라는 건 기정사실화됐다.
헤르타는 지난 2020년 신흥 부자구단으로 급부상한 팀이다. 독일 사업가 라르스 빈트호르스트가 최대주주가 되면서 자금을 전폭적으로 투입, 독일 분데스리가 겨울 이적시장 지출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때 영입한 선수들이 줄줄이 실패한 뒤 최근 2시즌은 비교적 적은 지출을 유지했지만 대신 선수들의 이름값이 화려했다. 한정된 예산으로 스테판 요베티치, 케빈프린스 보아텡, 마테오 귀앵두지, 사미 케디라, 이샤크 벨포딜 등 유명 선수들을 쓸어 모았다.
유럽 바깥에서는 영입을 하지 않던 팀이라 이동준은 특이한 경우다. 최근 스카우트의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와 달리, 헤르타는 아시아는커녕 아프리카나 남미 선수조차 지난 7년 동안 영입한 적이 없다. 2014년 당시 일본 선수 붐에 편승해 하라구치 겐키를 영입한 것이 지난 11년 동안 유일한 예외였다.
그런 헤르타가 이동준을 주목한 건 지난해 7월 합류한 파블로 티암 유소년 총책임자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티암 디렉터는 기니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축구 경력을 쌓은 스타 선수 출신이다. 현역 시절 바이에른뮌헨과 볼프스부르크에서 뛰었고 2008년 은퇴했다.
티암 디렉터는 선수 은퇴 후 볼프스부르크 유소년 팀에서 각종 직책을 맡아 활약했다. 구자철의 볼프스부르크 시절에도 간접적인 직장 동료였다. 헤르타 이직 직전까지 볼프스부르크 U23 디렉터였다. 포항스틸러스 유소년 팀에서 스카우트한 홍윤상도 티암 디렉터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한 관계자는 "티암 디렉터는 한국 유망주 관찰을 위해 과거 한국을 직접 찾곤 했다. 현재 헤르타를 넘어 독일에서도 대표적인 '지한파' 축구인 중 한 명"이라고 전했다.
최근 독일 2부 구단들이 조영욱, 이동경 등 한국 선수 영입을 추진했지만 이적료를 맞추지 못했다. 헤르타는 이들이 비해 자금이 풍부했고, 이동준의 바이아웃 액수를 선뜻 내놓을 수 있었다.